짐승만도 못한 인간
경비교도대. 이제는 사라진 법무부 소속 부대의 이름이다. 그곳에서 나는 젊은 시절 몇 년을 보냈다. 부조리가 일상이었고, 폭행과 폭언, 구타와 사역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곳.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수용자들이었다.
눈을 돌리면 살인범, 강간범, 사기꾼들이 있었다. 사회에서 포기한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 놓았으니, 지옥이 있다면 바로 여기구나 싶었다. 그 지옥 같은 곳에서의 생활 중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장기수나 무기수들에게는 나름의 세상구경법이 있었다. 바깥세상이 그리울 때면 숟가락이나 철사 같은 것들을 삼키는 것이다. 그러면 병원에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처절한 자유에의 갈망인가. 철창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 한 줄기를 위해 자신의 몸을 훼손하는 것이다. 덕분에 교도소와 계약된 병원들의 내시경 기술은 정말 대단했다. 마치 숙련된 어부가 깊은 바다에서 진주를 건져 올리듯, 의사들은 인간의 위장 속에서 온갖 기물들을 건져 올렸다. 웬만한 것들은 다 빼낼 수 있었고, 숟가락 정도는 껌이었다.
하지만 진짜 독한 것들을 먹는 이들이 있었다. 뭉쳐진 스프링이나 안경 같은 것들을 삼키면 도저히 뺄 수가 없어서 더 큰 병원으로 가야 했다.
내가 기억하는 A라는 수용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살인범이었고,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교도소에서조차 포기한 인간 말종이라고 불렸다. 그의 몸은 마치 낡은 도마처럼 온통 자해 흉터로 얼룩져 있었다.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마치 예술가가 캔버스에 붓질하듯 자신의 살갗에 칼질을 가했다. 참으로 기괴한 예술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다섯 번인가 여섯 번인가, 이 한심한 인간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삼킬 수 없을 것들을 계속해서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마치 굶주린 짐승이 썩은 고기라도 삼키듯, 아니 그보다도 못한 모습이었다. 적어도 짐승은 본능에 따라 행동하지만, 이놈은 그저 한심한 관심 끌기에 불과했으니까.
그때 내가 개호근무로 따라나간 적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병실로 들어오셔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이제 마지막이에요. 더 이상 위를 절개할 자리가 없어요." 그리고 냉소적으로 덧붙이셨다.
"너무 많이 위를 절개해서 이대로 가면 장기 온도가 올라 장기가 썩어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의사는 아이스팩 하나를 A에게 던지듯 건네며 말했다.
"꼭 안고 있으세요. 장기 온도 오르면 장기 썩어요."
그 말을 들은 A는 퇴원하는 그날까지 그 아이스팩을 마치 어미 닭이 마지막 희망을 품듯 꼭 안고 있었다.
아니, 닭에게 미안한 비교였다. 적어도 닭은 생명을 품고 있지 않은가. 이놈이 품고 있는 것은 자신의 어리석음이 불러온 차가운 얼음덩어리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차라리 웃음이 나왔다. 온갖 흉악한 짓을 저지르며 세상을 향해 중지를 치켜들던 그놈이, 이제는 플라스틱 아이스팩 하나에 목숨을 의탁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한때 사람을 죽이며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 행동하던 자가, 이제는 얼음 조각 하나가 없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는 아이스팩을 품고 누워서도 시시각각 그것이 녹지는 않는지 확인했다. 마치 연인의 심장 소리를 듣듯이. 하지만 그 대상은 사랑이 아니라 공포였고, 그 품에 안긴 것은 따뜻함이 아니라 차가운 절망이었다. 나는 그 순간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특히 이 비루한 놈이 얼마나 웃긴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20년이 넘은 지금도 그 하찮고 비루한 인간의 이름과 행동을 잊을 수 없다. 아니, 잊고 싶지도 않다. 그것은 인간의 추악함과 우스꽝스러움을 보여주는 완벽한 표본이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악이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를 목격했다.
세상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던 그가, 결국은 플라스틱 아이스팩 하나에 굴복하는 모습을.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생존본능 앞에서 모든 허세와 악행이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그는 살인자였지만, 동시에 가장 비참한 광대이기도 했다.
지옥의 문지기 역할을 했던 그 시절, 나는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았다. 하지만 그 어둠보다도 더 강렬했던 것은 그 어둠의 주인들이 얼마나 한심한 존재들인가 하는 것이었다. A가 아이스팩을 품고 있던 그 모습은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것을 넘어서, 악의 본질이 얼마나 공허하고 비루한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코미디였다.
그 기억들은 지금도 내 마음 한구석에 깊이 새겨져 있다.
때로는 악몽으로, 때로는 인생의 교훈으로, 그리고 가끔은 씁쓸한 웃음거리로. 결국 인간은, 아무리 악해도 얼음 한 조각 앞에서는 떨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