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을 이해해보고 싶다면
정신질환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픈 사람 마음은 아픈 사람이 잘 안다'는 말이 새삼 와닿는다.
입원 당시에는 질병을 의심하고 부정하다가
조울증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입원 중 외박을 나와 집에서 쉬고 있을 때에 아버지께서 조심스럽게 책을 권하셨다.
책을 읽고 내가 이해가 되었다고, 나도 읽어보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이때가 조울증 탐색, 독서의 시간 출발점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가볍게 읽기 시작한 한 권의 책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다른 책도 읽게 되었고,
나중에는 관심을 갖고 스스로 책을 찾아 읽게 되었으니.
*조울증을 받아들이는 첫 시작이 된 책
이 책의 저자도 조울증 환자다.
책을 읽으며 나와 생각하는 데 있어 비슷한 점이 많아서 놀랐다.
나의 여러 면이 나만의 타고난 특성이 아니라, 조울증 환자의 특성인 건가 헷갈릴 정도였다.
"나는, 어느 순간에, 온전했나?"
"나 자신을 가둔다고 생각하며 살던 때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고 어려웠다. 즐거울 수 없었다.
두려움에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도 없었다."
"스스로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과, 평가하고 비난하는 마음이
날카로운 양면성이 되어 내 안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언제나 예민하고 아플 수밖에 없다는 것."
- 본문 중에서
저자의 정신의 흐름과 감정, 깨달음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 깊다.
내게는 환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왜 조울증 환자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의문점을 푸는데 도움이 된 책이었다.
*조울증과 관련된 책을 알려준 책
저자 역시 조울증을 앓고 있고 직업은 기자다.
내가 입원한 당시에 주치의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이었다.
저자의 직업 특성상인지 책의 문장이 잘 정돈되어 있다.
또한 자신의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글 곳곳에서 느껴진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읽었던 조울증 관련 다른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책을 구매했는데 지금은 책을 찾을 수 없어 본문 속 와닿은 문장은 못 적었다)
첫 번째 책 못지않게 조울증 환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조울증을 앓더라도 일도, 연애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책
저자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정신과 교수다.
여러 논문을 발표했고 수상이력도 있는, 한마디로 스펙이 좋은 사람이다.
책에서는 박사도, 교수 아닌 그저 조울증을 앓는 한 사람의
가족사, 연애사, 질병으로 인해 겪은 여러 경험과 감정이 날 것 그대로 담겨있다.
마치 조울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시점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
당시에 나는 조울증을 앓는다는 건 인생의 큰 오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업에 대한 전문성도 갖추고, 여러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한 저자의 얘기가 큰 위로가 되었다.
책의 저자는 자신이 리튬을 복용 중임을 말하고, 리튬으로 인한 부작용과 질병을 앓으며 느끼는 부분을 상세히 표현한다.
세 권의 책을 읽으며
나는 증상에 대한 민감성과 이를 표현하는 어휘력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마치 넋 놓고 살지 말고 정신의 변화를 제때 캐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외치는 듯했다.
"그런 덩어리가 머릿속에 가득 들어차 있어서
나의 못난 성격과 못마땅한 단점만 족집게처럼 들춰내는 것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는, 압도적인 절망감과 희망 없음이 나를 가위 눌러왔다."
"그러나 하얀 조증에 이어, 검은 우울증이 반드시 찾아왔다."
- 본문 중에서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책에서도 등장한 이 책.
비록 오타가 여러 개 있는 게 아쉬웠지만
조울증을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조울증 약물 정보와 실질적인 도움을 준 책
입원 당시, 같은 병실에 있던 친구가 추천해 준 책.
책의 저자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의사다.
세 번째 책의 우리나라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원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읽기 수월하다.
지금까지 소개한 책들은 감정의 흐름을 휘몰아치듯이 서술하는 에세이 타입이라면,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더불어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이 잘 정리되어 있는 조울증의 정석 교재라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조울증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도 책을 읽으며 내가 제1형 조울증 환자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약물의 종류와 효능, 부작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게 알려준다.
조울증 약은 크게 [기분조절제], [항정신병약], [항우울제], [항불안제]로 나뉘고
약물성분에 대한 설명 파트는 복용중인 약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나도 이 파트를 읽으며 복용 중인 약의 종류와 부작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신병 증상을 정신병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하듯
약물 부작용 또한 부작용으로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은 후부터
나는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진 부분을 기록하고,
주치의 선생님께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말씀드렸다.
책은 심리치료의 정와 기대할 수 있는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마지막에는 와닿을 만한 10가지의 따뜻한 조언도 해준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당신에게'
'무기력에 빠진 당신에게'
'약 부작용이 힘든 당신에게'
'병을 알려야 할지 망설이는 당신에게'..
실제로 조증이 끝나고 회복기에 접어든 환자가 할 만한 생각들을 적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같은 질병을 앓는 저자의 위로라서 더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이 책은
조울증의 증상, 기본 지식, 약물 정보, 부정적인 심리에 대한 대처 방식까지 두루 담은
조울증의 기본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다양한 조울증 사례와 확실한 응원을 담은 책
37명의 전문가가 집필해서 그런지 전문성이 높다.
네 번째 책이 '쉬운 버전'이라면, 이 책은 '전문가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퇴원 후 조울증 관련 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도서관에서 찾아 읽게 된 책인데 지금까지 읽은 책들과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해서 신선했다.
이 책은 조울증의 증상 유형부터 치료방식, 약물치료 등이 더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나는 특히 가족들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파트가 인상 깊었다.
책을 읽으며 보호자가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되고, 보호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책에서 "조울병 환자가 보다 창의적이다"라는 말이 좋았다.
조울증(-)이 있지만 창의성(+)도 있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듯,
쓸모없게 느껴지던 이 질병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 문장이다.
책은 조울증의 발병률과 조울증을 앓은 다양한 예술인의 사례를 언급한다.
작가, 시인, 정치가, 음악가, 화가, 배우 등 정말 다양하다.
그들 중에는 유명한 위인인 처칠, 차이코프스키, 고흐도 있다.
또한 조울증을 모티브로 한 책과 영화도 소개해준다.
소개된 작품 중에는 유명한 고전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있다.
그리고 조울증을 고백한 많은 유명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다방면의 사례를 소개하며 책은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너 말고도 조울증 있는 사람 엄청 많아"
"너도 가치 있는 사람이야"
책을 읽으며 오호 조울증이 힘들긴 해도 그 경험이 유용할 수도 있겠구나, 아예 쓸모가 없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에게도 있을 가치를 기대하게 된다.
유별나게 못난 질병을 가졌다고 자책하고 두려워하던 조울증 환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조울증 온라인 커뮤니티의 존재를 알려준 책
저자는 중년의 남성으로 90년대에 조울증이 발병했는데
지금보다 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을 당시를 살아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발병 스토리와 공부한 조울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현실적인 대응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한 흔적이 돋보인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정신과 질환자들의 정보공유를 위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느끼고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한 것이다.
저자는 네이버 카페 [코리안매니아] 개설자이다.
책을 읽은 후 나도 카페에 가입을 했다.
[코리안매니아]카페는 서로의 정신과 증상을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카페 규모가 꽤 크고, 다양한 정신질환 카테고리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자칫 잘못된 정보를 얻게 될 수도 있지만
약의 종류나 용량,체질 차이에 따라 다른 개개인의 세밀한 부작용을 알게 된다.
책에서 다루는 기본적인 부작용 용어보다 더 현실적인 정보를 얻기도 한다.
이제 조울증 발병이 시작된, 세상의 시선이 두려운 2~30대 청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세상의 인식이 더 팍팍하고, 정보도 부족하고, 약 부작용도 더 컸던 90년대에도 살아낸 사람이 있음이 위로가 될 것이다.
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법
조울증 관련 책은 지침서와 같다.
다양한 조울증 환자들의 경험을 통해 조울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을 미리 예측해볼 수 있고
그에 대한 저자의 대응방식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책은 희망을 준다.
'나의 삶도 비슷한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된다면 앞으로 겪게 될 정신적 괴로움도 가치 있지 않을까?'
나도 저자들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이다.
이 세상에는 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실 조울증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신질환이 있고, 신체질환도 있으며 유전적 결함도 있다.
애초에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으며
다양한 결함 중에 우리는 '조울증'이라는 결함을 안고 살아가는 것뿐이다.
너도 나도, 각자 다른 결함을 가진 동등한 인간이다.
그러니까 조울증이 있다고 위축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위축되는 순간이 오겠지만 견뎌내고, 살아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