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베스트 프렌드 책을 만들어 주세요.
백희나 작가님의 <이상한 이웃>
살면서 혹시 인생책이 있으신가요 ?
음... 누군가 저에게 물어본다면 기억을 더듬어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독서실 구석에 틀어박혀 읽기 시작했던 조앤 롤링 작가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생각납니다. 독서실 손바닥만한 책상에 앉아 수학의 정석은 밀쳐놓고는 읽었던 마법같던 책. 고1의 소녀를 마치 그리핀도르의 한 학생이 된 것마냥 몰입하게 해준 인생 첫 책이었죠 .
물론 그보다 어린 아이 일때도 책은 종종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특히 친척에게 물려 받은 만화 역사 전집이 무척 기억에 남기도 하고 , 빨간 머리앤 책도 화장실 갈 때 (?) 꼭 끼고 갔던 기억합니다. 지금껏 소장하진 않아도 친한 친구처럼 늘 반복하고 반복해 알아가고 또 알아가려 하던 친구같은 책들. 잠깐 블로그를 쉬고 아이와 마음 편하게 지내다보니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다독만이 정답은 아니다. 그렇담 아이에게 베프 같은 책은 무엇일까? 끝없이 고민했지만 찾기 힘들었습니다. 아이는 아직 어리고 책이 재미 없었거든요.
지금
내 아이에게 베스트 프랜드 같은 책은 무엇일까요?
우리 아이는 7세가 될 때까지 책을 스스로 찾아 읽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기때부터 그런 기질은 보였죠. 개똥이네에서 4만원주고 산 낡디 낡은 전집도 펴보지도 못했고 남편 친구가 딸이 보던거라 물려준 블루레빗 책 몇가지가 전부였죠 . 돌무렵 책육아에 눈을 떴고 천재교육 돌잡이 시리즈며 , 프뢰벨이며 부담 한바가지 어깨에 이고지며 구매하기도 했구요. 가격은 좀 비쌀까요. 가랑이 찢어질듯한 이 책 육아의 최고봉을 향해 한걸음씩 올랐습니다.
양보다 질.
이책 저책 사주어도 그건 엄마의 취향일 뿐. 아이는 아무리 아이여도 본인의 취향이 분명했습니다. 드디어 자연관찰 책을 뜯고 씹고 맛보고 정말 너덜해질때까지 한두권을 반복해서 보더군요. 그래서 그때 힌트를 얻었어요.뭔가 한두번을 반복하더라도 베스트 프렌드같은 짝 붙어서 늘 끼고 사는 책을 만들어주는게 낫다. 꼭 다독만이 독서는 아니니까요. 물론 이책 저책을 사주고 들이밀어야 아이도 그 책을 찾겠지만 말입니다.
아이 책상 옆에 작은 책장을 두고 , 잘 읽는 혹은 읽히고 싶은 책을 섞어서 꽂아두었습니다. 한두권일때도 혹은 이 삼십권이 되기도 했죠.
'자기전에 딱 세권씩만 읽자! 대신 너가 읽고 싶은 것 가져와.'
늘 같은 책을 가져옵니다. 한번은 실수로 잘보던 책을 중고시장에 팔았고 내 맘대로 책 수준을 올려본답시고 어려운 책을 들이밀었습니다. 결과는요? 다시 아이의 최애 책을 잃었습니다. 상실감이 들었겠죠. 아이는 몇 번 자신의 최애 책을 찾다가 더이상 찾지 않았어요. 그저 이기적인 판단을 한 , 맘대로 팔아버리고 똑똑한 척 새책을 사왔던 모지리였던 제 자신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백희나 작가님 책 '구름빵'과 '알사탕' '이상한 엄마 ' 세권을 구매하게 되었어요. 사실 제가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그림체도 이야기도 뭐든지 궁금했어요. 아이도 맘에 들었는지 제가 읽어주면 곧잘 집중하고 들었네요. 아마 '알사탕'이 제일 처음 애착을 많이 갖었던 책으로 기억하네요. 어느덧 연극도 보러가고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면서 책에 대해 이야기도 나눠보고 맘카페에서 듣기만한 그야말로 줄줄 내용을 왼다는 걸 처음 경험했네요. 글밥이 길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의성어 의태어도 나와 아이들이 읽기 부담스럽지 않아요. 그리고 그림이 너무 신비롭고 재미있어서 흥미를 불어 일으키기 딱 좋습니다.
7살이 된 2023년 지금 아이의 베스트 프렌드 책은 '이상한 손님 ' 입니다. 잠시 사견을 덧붙이자면 백희나 작가님은 현실과 판타지의 존재. 그 속에 몽글몽글 박혀있는 동심의 아름다움이 너무나도 잘 표현하시는 최고의 작가님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누나와 내가 둘만 남겨진 어느 저녁. 갑자기 귀엽고 하얀 천달록이란 아이같은 존재가 찾아와 아이를 달래주고, 달록이가 타고 온 구름이를 찾아 나서는 판타지적 이야기인데요. 그게 아이는 참 귀엽고 재밌었나 봅니다. 자기전 읽는 세권의 책에 '이상한 손님'은 꼭 끼어 있고 주인공 천달록이 너무 귀엽다며 과몰입을 하기도 하거든요.ㅋㅋㅋ
아이는 늘 이책을 읽어달라고 하다가 드디어
이틀전 스스로 이책을 읽어냈습니다. 한글 떼기 만쉐!!!!!!
"엄마 이상한 엄마 내가 혼자 읽어 볼게"
한글을 어설프게 뗐다고 생각했고 , 자존심이 강한편인 딸아이는 자신의 못하는 모습을 인정(?)하지 못했는지 함께 단어나 문장을 읽는 연습을 하려고 해도 도통 입을 열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근데 이틀전 . 본인이 먼저 읽겠다고 나섰어요. 신기했어요. 띄엄띄엄 이고 글자와글자간 연음체계란 싹 무시한 어색한 읽기였지만 아이는 끝내 혼자 책 한권을 읽어냈습니다. 처음이었네요.
"지유야 . 달록이는 주인공 친구들을 다시 만나러 돌아왔을까 ?"
" 아니 못만났을 것 같아. "
"왜? "
"형이랑 구름 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 "
"그럼 너는 달록이를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
"응 ...달록이 너무 귀여울 것 같아 ."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눕니다. ㅋㅋ 니가 내가되고 내가 니가 되어보는 시간들. 그러면서 더 조잘대고 싶어 하는 아이를 애써 잠자리에 재우고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엄마가 오늘 얘기한거 기억할테니까 내일 잊지말고 이어서 얘기 더하자 알았지?"
스필버그도 유명한 유대인이죠. 그의 어머니는 늘 잠자리 독서로 책을 읽어주셨는데 늘 한번에 책을 다 읽어주지 않으셨답니다. 스필버그는 뒷부분은 늘 상상에 맞기고 잠이 들었다죠. 그의 창의력은 이러한 독서방법에서 나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설프게 나마 스필버그 뒷꿈치라도 따라가 볼까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이제 7살이 되었고, 한글도 알았고 , 책이란 존재가 친구임을 알아서 일까요? 아님 이 엄마의 부드러운 화법이 적중한 것인지는 저는 아직 확실하진 않습니다 .확실한 것은 다독보다 한두권의 책도 꽤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구요 . 그 책이 아이의 정말 친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도 다시 느꼈습니다. 많은 지식보다 또 보고 싶은 친구같은 책을 만들어 주는 것에 진심인 엄마가 되겠다고 오늘도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