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이라는 강력한 무기
한 달전 신랑과 함께 트레일런 대회에 참가했다. 오랫동안 신랑이 나가고 싶어 했던 대회였기에 후쿠오카 여행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설레는 마음에 대회를 나갔다. 큰 브랜드 대회라 기대감이 컸는데 대회 코스부터 보급 등 몇 년에 걸쳐 진행한 대회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신랑과 함께 무사히 대회를 완주했고 언제나 그랬듯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솔직한 대회 참가 기록을 남겼다.
3주쯤 지나 대회를 주최했던 브랜드에서 경량패딩 협업 메일이 왔다. 그동안 키즈 제품으로는 여러 번 협업을 해 봤는데 어쩐 일인지 성인 의류였다는 점이 의아했지만 협업을 진행했다. 날짜에 맞춰 업로드를 했고 늘 그랬듯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고 편집을 하고 경량패딩의 장점에 대해 부각했다. 실제로도 매우 만족했던 경량패딩이라 잘 입고 쌀쌀해진 요즘 잘 입고 다닌다.
경량패딩 리뷰 글 작성 5일 만에 대행사 담당자로부터 부탁이 있다며 카톡이 왔다. 너무 어려워하는 그에게 편하게 말해보라며 들을 준비를 마쳤더니 <트레일런 대회 후기에 대한 글 수정을 요청>했다. 브랜드에서 직접 요청하는 것도 아닌 아무 상관없는 광고대행사를 통해 이런 부탁을 한다고? 너무 의아했다.
그리고 이어진 말이 더 가관이었다. 브랜드와 계속 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게시글 제목이라도 수정을 하는 게 좋겠다는, 나에게는 협박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상품 협찬 무기를 들고 맞서는 회유 방식.
카톡으로는 어려움이 있었는지 통화를 원했고 유선으로 그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중간에서 그는 또 얼마나 입장이 난처했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솔직한 대회 후기 글을 내리고 싶어 한다니 이해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대회 준비를 잘하지 못한 본인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나에게 글을 내리지 않으면 더 이상 협찬받기 힘들 거라는 말을 할 수 있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또 그게 뭐라고 상대방이 저렇게 나오니 더 글을 수정하거나 글을 삭제하고 싶지 않았다. "글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앞으로 협업 안 해도 괜찮아요" 좋아했던 브랜드였는데 아쉽고 실망이 컸다. 뭐 얼마나 대단한 옷 협찬해 준다고 나에게 이런 협박을?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굽히지는 않는다. 이게 가끔 독이 되기도 한다. 이른 아침 광고대행사 담당자의 전화를 받고 하루 종일 잘한 결정일까 되뇌었다. 13년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런 일은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그 인연은 늘 이런 부탁, 이런 말씀 죄송하다면서 다른 좋은 일로 다시 연락드리겠다면서 그대로 끊어졌다.
그래도 브랜드 측에서 솔직하게 엉망진창이었던 모습을 생생히 담은 대회 기록을 보고 신경 쓰였다니 목표한 바를 이루었단 생각이 든다. 다들 대회가 너무 좋았다고 썼다면 내년 대회도 똑같았을 테고 발전이 전혀 없었을 텐데 오히려 정확히 대회 장단점을 적어준 나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22년 2월부터 협업했던 대행사인데.. 오늘 이렇게 이별했다. 추후 협업 건으로 연락 주겠다는 그는 진짜 연락을 줄까? 어떤 결정이 최선이었을까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의 강력한 협찬 무기를 방어해 낸 나에게 잘했다고 소신 발언을 묵살시키는 그런 업체와는 일하지 않는 게 맞았다고 나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