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2박 4일 홍콩 마카오 패키지여행을 했다. 아래는 주로 가이드로부터 들은 내용이다.
서울의 아침은 쌀쌀했지만, 비행기가 홍콩 공항에 착륙하자 기온은 27도를 웃돌았다.
하늘은 맑았고, 공기에는 습기가 가득했다.
“이곳은 겨울에도 히터를 틀지 않습니다.” 대신 실내에 에어컨은 매우 세게 틀어서, 약간 춥다고 했다. 그래서 밖은 무덥고, 실내는 추우니, 실내에서는 겉옷을 걸치고 다니는 것이 좋다고 추천한다.
홍콩의 한자는 중국 본토와 다르다. 중국이 간체자를 쓰는 반면, 홍콩은 여전히 번체자를 사용한다.
이곳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제도)’의 상징적인 도시다.
1차 아편전쟁(1839~1842)의 패전으로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중국에 반환되었다. 반환 시 향후 50년은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앞으로 22년 후면 ‘한 나라 두 제도’ 체제는 완전히 종료되어 본토에 편입될 예정이다.
현재 중국 본토에서 중국인이 홍콩을 방문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타 국가 일반 관광객에게는 90일 비자를 주지만 중국인에게는 7일밖에 비자를 주지 않고, 1년에 총 6번 준다고 한다.
홍콩의 인구는 약 700만 명이다.
면적은 서울의 두 배 정도지만, 265개의 섬과 4개의 주요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큰 섬은 란타우섬으로, 첵랍콕 국제공항이 그곳에 있다. 홍콩은 섬으로 둘러싸인 도시라서 강이 거의 없고, 식수의 상당 부분을 구룡반도에서 공급받는다.
홍콩은 제조업이나 어업 등 1차 산업이 거의 없다. 처음에는 영국의 섬유 산업으로 부흥했으나, 대부분의 공장은 중국 심천 지역으로 이전했고, 지금의 홍콩은 금융, 무역, 쇼핑, 관광이 중심이다.
소득세는 10프로 이하로 낮고 부가세는 없다. 재산세나 상속세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벌금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흡연 적발 시 5000 홍콩달러, 쓰레기 투기 3000 홍콩달러가 부과된다. 1 USD는 7.8 홍콩달러로 고정환율이다. 흡연 시 한화 약 90만 원 정도이니, 홍콩에서는 지정된 장소 외에서는 절대 담배 피우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5평형의 아파트가 ‘국민주택’으로 불리고, 월세가 300~400만 원에 이른다. 고급 주택의 경우 월 임대료가 1억 원을 넘기도 한다. 매매가도 15평형이 도시의 번화가 아닌 곳도 20억 수준이라고 한다. 서울 아파트값에 비해도 매우 비싼 편이다.
도시는 바쁘고 밀도 높았다. 도로 곳곳에 사람의 흐름이 끊이지 않았고, 관광객과 현지인이 뒤섞였다.
“홍콩에는 약 700만 명이 살고 있지만, 그보다 많은 관광객이 오갑니다.” 가이드의 말대로였다.
거리마다 사람으로 가득했고, 마치 지구상에 인간만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수많은 고층 건물 속에도 사람들은 층층이 쌓여 살아가고 있었다. 이곳은 문자 그대로 인간이 만든 거대한 ‘도시탑’이었다.
홍콩의 교통 체계는 영국의 영향을 짙게 남기고 있다. 우측이 아닌 좌측 운전이며, 번호판 역시 특이하다.
‘8’이 들어간 번호는 행운을 상징해, 한 자리 ‘8’ 번호판이 28억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번호판 경매는 시민의 관심사 중 하나로, 수익이 생기면 정부가 시민들에게 분배하기도 한다. 홍콩의 차량은 터널을 통해 연결된다.
해저터널이 다섯 개 있는데, 차량 통행이 가능한 것은 세 곳이다.
풍수지리의 영향도 여전히 강하다.
1972년에 개통된 일부 도로와 건물은 풍수를 고려해 설계되었고, 사업가들은 여전히 풍수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다. 도시의 발전과 전통 신앙이 공존하는 풍경이다.
도심 한 복판에 공동묘지가 있다. 그 옆에 아파트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공동묘지 근처는 풍수지리 상으로 좋은 터이란다. 그리고 워낙 땅이 좁아서, 관을 세워서 묻는다고 하고, 작은 공간에 수억 원이 든다고 한다.
야간 투어에서는 구룡반도 침사추이에서 홍콩섬 센트럴 지역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고층 건물들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 있었고, 그 불빛이 바다 위에 반사되어 마치 한 폭의 유리그림 같았다. 멀리 빅토리아 항구 위로 스타페리 한 척이 천천히 지나갔다. 이곳의 야경은 화려함을 넘어, 하나의 질서와 에너지로 느껴졌다. 구룡반도에서 바라본 홍콩의 센트럴 지역 야경은 도심의 찬란한 예술이다. 건물에서 다양하게 펼쳐지는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다양한 형태의 빛의 쇼를 연출하고, 그 빛들은 홍콩 만의 바다에 반사되면서 이국적인 홍콩의 매력을 만들어 낸다.
이튿날, 트램을 타고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갔다. 트램은 25도 경사를 오르는데, 마치 45도 경사를 오르는 것처럼, 가파르게 오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트렘을 타려고 밀집되어 있다. 마치 거대한 박스에 인간들을 가득 채워 넣은 듯한 모습이다.
1888년 경 영국인들이 해안의 습기를 피해서 이곳 산으로 올라와서 별장으로 활용했던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명소다. 정상에 오르자, 구룡반도와 홍콩섬, 그리고 수많은 고층 빌딩이 한눈에 들어왔다.
햇빛이 바다 위를 스치며 도시를 비췄다. 인간의 노력과 집념이 만들어낸 거대한 구조물이 바다 저 건너편에 빽빽하게 들어서있다. 일행들과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홍콩 시내에는 곳곳에 영국식 건축물이 남아 있다. 침사추이의 ‘1881 헤리티지’는 과거 영국 해경본부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지금은 쇼핑몰과 호텔로 쓰이고 있다. 근처의 하버시티는 아시아 최대의 쇼핑몰 중 하나로,
세계 각국의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홍콩에는 더 이상 가짜 브랜드가 없다고 한다. 홍콩 세관이 엄격하게 관리 감독을 하기 때문에 공산품 및 농산품등의 수입 제품의 품질은 최상이라고 한다.
여행 셋째 날, 우리는 옹 타이사원을 방문했다. 도교 사원답게 향 냄새가 짙게 퍼져 있었고, 몇몇 사람이 저마다 산통을 흔들며 점을 쳤다. 내가 뽑은 대나무 막대의 숫자는 ‘87번’이었다. 가이드가 해석해 주길,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드러나는 좋은 운세”라고 했다.
오후에는 여객터미널에서 페리를 타고 마카오로 향했다. 출발 게이트는 8번, 대기실에는 한국 단체 관광객이 가득했다. 페리는 약 한 시간 반을 달려 마카오 항구에 도착했다. 폐리는 남중국해를 가로지른다. 바다에는 컨테이너 배들이 자주 눈에 띈다. 남중국해는 물류의 이동이 매우 높은 편인듯하다.
마카오는 인구 80만 명의 작은 도시국가이자, 홍콩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특별행정구다.
450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였으며, 1999년에 중국으로 반환되었다. 광둥어를 사용하고, 포르투갈식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다.
홍콩이 섬이라 강이 없는 반면, 마카오는 강과 맞닿아 있다. 덕분에 물이 풍부하고, 도시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홍콩이 개발된 이후 수심이 깊은 홍콩에게 무역 주도권을 내주고, 도시가 침체되었을 때, 카지노 산업으로 부를 되찾았다. 그 중심에는 ‘스탠리 호’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마카오의 카지노 사업을 일으켜 40년 만에 도시를 번성시켰다.
지금의 마카오는 카지노 산업만으로도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약 8만 5천 달러로, 홍콩의 6만 5천 달러를 넘어선다.
다 타버리고 건물 앞모습만 남은 성 바울 성당에는 관광객이 밀집되어 있다. 어디를 가나 한국인들이 많다. 일본인들은 전혀 볼 수 없다. 80년대 중반과 90년대 초에는 일본인들의 천지였는데, 지금은 한국인들의 천지다. 좀 과장되어 말하면, 한국인 절반 중국인 절반 정도일 정도로 마카오 및 홍콩은 한국인이 많다.
도미니카 성당까지 가는 골목은 사람들이 파도처럼 움직인다. 가득 들어선 사람들에 떠 밀려 성도미니크 성당 근처까지 왔다. 성당을 들어가 보려고 시도했지만, 성당을 지키는 시큐리티에 의해서 제지당했다. 일요일은 미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관광객은 들어갈 수 없다고!
마카오타워에 오르자, 338미터 높이의 전망대에서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젊은 서양 청년 한 명이 번지점프를 했다. 떨어지는 모습이 눈으로 정지화상처럼 박힌다.
한번 번지 점프하는 비용이 한화 약 70만 원이라고 한다. 가이드 말로는 1초에 10만 원을 날리는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삶에서 기회가 온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호텔 밖에서는 음악과 함께 분수쇼가 펼쳐졌다. 물줄기가 하늘로 솟고, 불빛이 그 위를 스쳤다. 중국 전통 음악에 따라 솟구치는 수십 미터의 물줄기 옆으로 길게 이어진다.
호텔 카지노에 들러 재미 삼아 100 홍콩달러를 걸었지만 순식간에 사라졌다. 라스베이거스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시스템과는 많이 다르다. 중국어이고, 또 내용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카오에서 홍콩으로 다시 오는 길은 버스로 왔다. 남중국해를 55킬로의 다리와 중간에 해저 터널로 연결하여 버스로 40분이면 마카오에서 홍콩까지 도착한다. 중국의 스케일이 남다르다.
홍콩과 마카오는 지금도 전 세계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거리마다, 건물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다. 좁은 공간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도시의 사람들.
그 거대한 도시탑 속에서 인간은 여전히 꿈꾸고, 일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