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닐 때, 외근 업무 차 점심시간에 호텔이나 백화점에서 손님을 만날 때면 늘 그곳에는 남자는 거의 없고 예쁘게 옷과 몸에 치렁치렁한 목걸이 등을 매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아줌마들이 부러웠다.
나도 퇴직하면 근무시간에 아줌마들과 노래도 부르고 식사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그러던 차,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정신없이 하다 보니 어느새 공로연수 시간이 다가왔다. 신이시여! 나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 왔습니다.
나는 바로 동센터와 홈플러스 그리고 신세계백화점 등 세 곳에 노래교실을 신청했다.
예상한 대로 남자가 거의 없는 노래교실에 청일점이 되었다. 그곳에서는 그냥 앉아있으면 차와 먹을 것을 챙겨주는 곳이 다반사였다.
특히, 백화점에서 강의하는 노래교실은 노래를 마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점심시간이 되어가서 강사님과 수강생 대부분이 5층 식당가에서 식사를 했다. 한 번은 중국집, 다른 날은 일식집 등을 돌아가면서 그때그때마다 색다른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특이한 것은 테이블마다 식사를 하고 난 후 각자 먹은 것에 대해 먹은 만큼만의 돈을 내면 그중에 한 명이 돈을 모아서 계산하였다.
늘 누군가 식사한 사람들 중에 보통 한 명이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었던 나에게는 또 다른 신세계를 체험하였다.
노래교실도 배우는 곳마다 나름의 톡특한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동센터는 한마디로 자연산이다. 보통 그 동네 아줌마들이 평소 입던 월남바지 등을 입고 시장 보러 오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편안한 맘으로 노래를 부른다.
반면, 백화점은 그 도시의 멋쟁이들이 화려한 의상과 눈이 부시는 목걸이와 유명 가죽 가방을 둘러메고 전시회 관람하는 사람처럼 화려한 인공산이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큰 목소리로 자신감을 가지고 깊고 커다란 목 속에서 폭포수처럼 마구 청아한 목소리를 쏟아낸다. 그 위에 펼쳐진 인생의 그림자들이 각자의 얼굴 위에서 주름을 만들고 춤을 추면서 하회탈을 만들어낸다.
보는 사람들마저도 흥겨운 흥과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고흐처럼 삶의 흔적들을 자기의 붓으로 자기의 도화지 위에서 자기 멋대로 자연스럽게 자화상을 그려낸다.
그래서 오늘도 동센터로 노래하러 간다. 힘차고 경쾌한 발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