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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Nov 23. 2024

왜 자꾸 뭐가 되려고 하는가?

그 자체로 이미 완성품인데...

 서울에서 고등학생에게 진로강의를 하는 날이다. 보통 강의를 가는 날은 휴가를 내기 때문에 강의가 없는 오전이나 오후 일정이 빈다.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나는 이 시간을 가만두지 않는다. 늑장 부릴까 봐 대부분은 아침 일찍 코칭연습을 한다.


 7시쯤 코칭을 시작하려면 운동하고 씻고 준비하기 위해 5시에 일어난다.  시간이 빡빡하면 빡빡하게 채워질수록 '그날 하루를  잘 살았다.'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미뤄놓은 숙제를 해치우면 마음이 시원하듯 빠듯하게 시간을 잘 썼으면 속이 후련해야 하는 자꾸만 조급해진다. 스케줄이 가득 차면 찰수록 부족한 모습이 보이고 마음이 점점 답답해온다.

 사실 난 어렸을 때부터 늘 조급했다. 얼굴도 모르는 고친딸, 고친아(고모 친구 딸, 아들)를 따라가느라 조급했고 잘 나가는 대기업 회사원이 돼야 해서 조급했다. 철 좀 들어 좋아하는 걸 하며 나답게 살아보나 했더니 '좋아하는 걸 잘하는 사람'이 돼야 해 또 조급해졌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니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정도로 잘 그리지 못해 조급했다. 좋아하는 진로 강의를 나가게 되니 이름을 날리는 진로 강사가 되어 여기저기서 나를 찾아주길 바랬다. 우연히 배운 코칭은 1년도 안 됐지만 프로코치가 될 정도로 실력이 늘지 않아 슬럼프가 찾아왔다.

난 좋아하는 걸 발견하면
꼭 뭐가 되려고 했다.



 그 욕심이 좋아하는 걸 좋아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자유롭게 날고 싶어 배웠던 춤도 노래도, 같이 배우는 수강생들과 비교하며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욕심을 놓지 못하면 슬럼프에 빠져있는 코칭도 진로강의도 언젠간 포기해버리고 말 것이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완전한 나다. 왜 무엇이 되어 나를 증명하려 했을까? 프로 코치가 되지 않더라도 코칭을 계속할 것이다. 유명한 진로 강사가 되지 못하더라도 계속 아이들을 만날 것이다. 나처럼 고민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 내 강의를 듣고 자기가 원하는 모습에 한 발짝 다가가는 과정,  과정을 함께 하고 싶은 거다.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간직하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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