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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소곤 Nov 21. 2024

나는야 성공한 덕후

13일차 이은경선생님 열성팬 여기 한 명 추가요~

내 나이 마흔넷.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코로나 때 이은경선생님을 알게 되어 (물론 나만 아는 사이다. 그녀는 나의 존재를 먼지처럼 느낄 것이다. 아마도? 분명히!) 지금껏 연을 이어가니 이 또한 인연이라고 우겨본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5년째다. 끈기라고는 눈곱만큼 있는 내가 열혈엄마라는 이유로 자식 교육 한 번 시켜보자며 유튜브를 정말 독파해 버리던 시절이었다. 엄마표영어를 해보고자 부단히 정보를 찾던 나. 그러던 중 내 눈에 들어온 유튜브 사이트는 이름하여 슬기로운 초등생활! 보고 또 보고, 열심히 새겨들으며 실천을 했는데 어찌 된 건지 1호, 2호보다 나의 영어실력이 일취월장으로 늘었다. 어라? 이게 아닌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올해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이은경선생님이 청주에 무료강연을 오신단다. 어쩜... 다행히 오프날이어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초중등 생활에 대한 강의로 어찌나 말씀을 잘하시던지. 국영수 중에 제일은 수학이라며.

"어쩜 강의를 그렇게 열심히 잘 들으세요"

책에 사인을 받으면서 나 칭찬도 받았다.

(그 책은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인데 출간된 지 며칠 안 된 신간이었다. 워낙에 나는 자기 계발서와 육아서만을 보는 편독자이지만, 이 책은 탐이 났다. 책욕심 많은 내가 강연 중 게임으로 춤을 춰서 받아낸 책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연예인급의 선생님 책을 준다는데 부끄러움 따위가 대수랴. 그저 아이돌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뻣뻣한 몸뚱이라를 가진 것이 못내 한이다.)

나이트 근무가 끝나고 화장기 없는 푸석한 얼굴로 선생님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느껴버렸다. 아이돌을 만나는 게 이런 기분이겠구나. 기념사진을 보면서 기분이 짠하다. 지금껏 후회하는 것이 너무 쌩얼이었단 말이다. 우리 병원은 마스크를 여전히 쓰고 근무를 하는 데 나이트 때만 쌩얼출근을 인정한다. 어쩌자고 이런 얼굴로 사진까지 찍었으니. 이러고서 사진을 찍자는 말을 할 수 가 있었다니 나도 참 용기가 대단하다. 




다음 달 16일 슬초브런치 3기 오프라인 모임이 있어 ktx 티켓을 끊었다.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으니. 이게 바로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다. 나는 성공한 덕후인 게 분명하다.

새로 산 고대기로 머리망 속에 꾸겨두었던 꼬부라진 긴 머리를 곱게 펴고서, 고운 화장을 하고서 이번에도 기념사진을 찍고 싶은데, 우리 동기작가님들과 1,2기 선배작가님들도 오신다는데 가능할까 싶다. 선착순이라면 가방이라도 집어던질 텐데...

이런저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손가락을 헤아린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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