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피어나다
어렸을 적 여름날, 동네 골목을 울리던 매미 소리가 참 시끄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이지 않는 울음소리에 짜증이 나기도 했고, 매미가 나무에 붙어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요. 왜 저렇게까지 울어야 할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어린 마음에는 단지 "시끄러운 곤충"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중년이 된 지금 그 소리가 다르게 들립니다. 똑같은 여름날, 아스팔트 위로 번지는 매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문득 마음이 멈춰섭니다. 시끄럽다기보다는 절실하다고 느껴지는 소리. 흙 속에서 몇 년을 보낸 끝에, 고작 며칠을 살기 위해 나와 이렇게 울고 있는 존재임을 이제서야 압니다.
매미는 대부분의 생을 땅속에서 보냅니다. 유충으로서 어두운 땅속에서 3년에서 길게는 7년, 혹은 그 이상을 견딥니다. 땅 위로 올라와 날개를 펴고 성충이 된 매미는 단 몇 주밖에 살지 못합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매미는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것이 생의 마지막 임무이자,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매미 소리는 단조롭지 않습니다. 종마다 주파수가 다르고, 울음의 리듬도 다양하지요. 일부 종은 온도나 습도에 따라 울음소리를 조절하기도 하고, 초저주파나 고주파로 포식자를 피하기도 합니다. 그 소리는 단지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 그리고 생태계의 조화를 위한 과학적인 언어입니다.
이제 여름날 매미 소리를 들을 때면, 그저 더위 속 배경음처럼 스쳐 지나가지 않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잠시 멈춰서서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들리시나요? 오랜 침묵 끝에 꺼내놓은 생의 마지막 노래가. 아이 땐 몰랐던 그 울음이, 지금은 절절히 와 닿습니다.
매미는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때가 오면 껍질을 벗고, 날개를 펴고, 소리를 냅니다. 우리도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긴 시간 참고 견디다가, 어떤 계절에, 어떤 순간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그 울음이 들리는 지금, 저마다의 여름이 성숙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