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은 사뿐거리고

by 박재연

수탉은 사뿐거리고

아침에 눈이 조금 날리고

꽃샘바람이 들녘을 싹 쓸어간 한낮

암탉은 재게 발을 놀리고

주인은 닭똥을 퍼내고

수탉은 고개를 빼고 멀리 보며 사뿐거리고

더부살이하는 칠면조 한 마리

구석으로 몰리며 엉거주춤 쪼이고

스카프로 얼굴을 싸매고 눈에 불을 달고 쏘다니는

논둑을 다독이고 한 뼘이나 자란 마늘밭에 복합비료를 뿌리는

여기는 남쪽 나라 청운동이에요

논둑마다 밭둑마다 큰 개불알꽃 잉크 빛으로 피어나요

앙증맞은 꽃 이름이 왜 하필 개불알꽃일까요

별을 닮아 아기별 꽃이면 좋겠어요

빨치산들이 숨었다는 빨딱재 너머 동백 보러 가는 길

- 저 짝으로 가믄 기분 좋은 길이제

구부렸던 할머니가 허리를 펴며 일러 주는 꽃길

기분 좋은 길을 따라 3월의 농사 문을 열고

기쁜 기분

기쁜 하늘

동백꽃 터트리는 봄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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