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타 셰프일까?
- 나는 스타 셰프일까?
오랜 자취 생활은 나를 필연적으로 요리의 세계로 이끌었다.
혼자만의 식사를 조금 더 근사하게 꾸미거나, 소중한 사람 앞에서 요리를 통해 나만의 '설계된 매력'을 증명해 보이는 상상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온라인에서 스타 셰프의 레시피를 탐독하고 들뜬 마음으로 재료를 쇼핑하지만, 결과물은 대개 실망스럽다.
그럴 때면 우리는 셰프의 이름값에 의문을 던지며 투덜대곤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묻건대, 우리가 과연 그와 '같은 요리'를 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우리는 레시피를 얻음으로써 요리의 시작을 위한 '최소 요구사항'을 갖춘 것일 뿐, 셰프가 현장에서 발휘하는 '변수 통제력'까지 얻을 순 없다.
재료의 수분이나 상태에 따라 불 세기를 조절하거나, 고기의 형태에 따라 시어링(Searing) 시간을 바꾸는 테크닉은 숫자로 계량화하여 쉽게 제공받기 힘든 영역이다.
셰프의 진정한 능력은 정해진 매뉴얼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요리라는 복잡계 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를 자신의 논리 안으로 수렴시키는 힘에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삶 또한 이 요리의 과정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우리에게는 '시간'이라는 공통 재료와 더불어 자산, 환경, 외모, 재능이라는 각기 다른 보조 재료들이 주어진다. 우리는 저마다 인생이라는 주방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삶이라는 결과물을 요리해 나간다.
어린 시절, 재료를 손질하는 단계에서는 결과물의 차이가 선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요리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수록, 누가 자신의 삶을 맛있게 요리해 온 '스타 셰프'인지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여러 가지 사회적 기준의 레시피를 따랐음에도 그 맛이 나지 않는 삶이 있는가 하면, 레시피 없이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기막힌 풍미로 완성해 내는 이들도 존재한다.
김치볶음밥을 하며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내게 주어진 재료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요리해 왔는가.
혹은 그저 남의 레시피가 내 인생을 대신 요리해 주길 바랐던 것은 아닐까.
내 요리는 어떤 향과 어떤 맛을 내고 있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