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라 미숙한 내겐 너무 가혹해
전업 음악가가 되기 위해 한 첫번째 결심은
지금 나의 상태 돌아보기!
스스로 하는 피드백은 믿을 수 없었고,
지인들이 해 주더라도 개선할 점을 따끔하게 말해주긴 어려울 것이다.
객관적인 피드백을 위해 (내 기준)거금을 들여 아티스트 컨설팅을 신청했다.
평소 소비를 잘 하지 않고 작업에도 돈을 무지 아끼는 편이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50분의 컨설팅에서 접한 내용이다.
1. 앨범의 주제가 모호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회사를 다니며, 2개의 싱글과 2개의 EP를 발매했다.
소속사는 써둔 곡이 많으니 발매하자고 했고,
나도 깊은 생각을 하는 편은 아니라.. 발매를 강행했던 것 같다.
막상 해보니 회사 다니면서 마음을 온전히 쏟는게 불가능했다.
회사원이 된 내 뇌는 노력대비 효율에 급급한 모양으로 변화했고
나의 곡작업도 노력대비 효율에 급급한 모양새가 되었다.
앨범의 주제와 통일성에 대해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회사일에 흥미가 생기지 않고, 마음이 공허해서 여러가지 일을 강행하던 와중에
나는 갓 스무살에 쓴 아무말 가사를 고칠 여력도 없었다.
(이 때 돈을 벌겠다고 원데이클래스를 열고, 개인 인스타계정을 키우면서, 이 앨범을 위한 펀딩을 준비하면서, 곡 작업을 했다. 가사가 선명하지 않고 진부한 표현이 있다는 말은 그에 대한 대가였다.)
청자는 모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듣는 이에게도 느껴졌나보다!
2. SNS에 드러난 나에 대한 피드백
회사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일한 덕분에 인스타 팔로워가 네 배가 늘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인스타그램만 봐서는 내가 음악 선생님인지, 작곡가인지, 싱어송라이터인지 식별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회사에서 배운 콘텐츠 스킬은 숫자 위주였다. SNS에서는 이득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야 나를 신뢰하는, 나의 물건을 구매할 사람의 숫자가 올라간다는 내용들. 과연 배운 걸 적용하니 오디언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러면 나의 음악을 구매해주겠지? 라는 생각이었지만 큰 오산이었다.
나는 음악을 아티스트와 분리되어 판매되는 소비재로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음악은 '매료시키는 것'의 문제다. 나는 사람들을 매료시켜야 하고 나의 자의식과 총체적인 취향을 설득하여 어필해야 한다.
팔로워가 늘어도 왜 내 음악을 듣지 않았나 생각해보면,
청각으로 사로잡기엔 내 음악은 앞서 말했듯 가성비 작업을 시행해서 무난하게 들렸고, 가진 목소리가 그렇게 특이하지도 않다. 시각으로 사로잡기엔 내 비주얼이나 스타일이 강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사람들이 원하는 건 나의 개성이 아니라 내가 제공하는 이익일 수밖에 없었다.
개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그대로 들었다.
내가 요즘 느끼고 있는 이러한 생각들이 다른 이의 입으로 한번 더 귀에 꽂히는 느낌이었다.
3. 성격에 대한 피드백
말씀하시는 걸 보니 겁이 많으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맞는 말이었다.
나는 항상 겁이 많아서 내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뾰족한 부분을 둥글게 만들면서 살았던 것 같다.
취향이나 감정은 수치스러운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래도 위안이 된 것은 이런 결핍을 조금씩 극복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친구랑 약속을 할 때 무조건 맞춰주는 편이었지만 (내 취향이 별로일까봐) 요새는 조금은 제멋대로 한다.
일기에 글 쓸 때 비문을 쓸까봐 골머리 싸맸지만 요새는 가사에 비밀 얘기를 막 써버린다.
노래방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부르지도 못했지만 (못 부를까봐)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내가 뭐가 잘났다고 아티스트가 되냐고 했지만 유튜브와 인스타에 얼굴을 팔고 있다.
퇴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또 한번 들었다.
대가리에 힘을 주고 버텨도 날것의 나를 사랑해달라는 욕구가 새어나오는 걸 보니,
표현하지 않고는 못 사는게 분명하다.
억압하는 버릇을 극복하고 밀어붙일 때다!
날것의 감정과 욕구를 직면하는 일을
브런치 일기를 쓰면서 연습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나의 세계관에 소중한 자양분이 될
취향, 감정, 생각들을 열심히 저장해두어야지
제 음악이 궁금하시다면요..
IG @0nesipof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