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대로 살기
가을은 하염없이 낮아지는 계절이다. 살아서 나풀거리던 모든 것들이 아래를 향하고 그리하여 계절을 한 바퀴 돌아 제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힘차게 하늘을 날던 곤충들도 차츰 낮아져 풀숲에 눕고 햇볕을 향해 반짝이던 나뭇잎들도 마지막 제빛을 다하고 떨어져 눕는다.
그것을 순리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돌아가는 그 시간이 결코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갓 떨어진 나뭇잎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무리 지어 이리로 저리로 휘적이다가 돌풍이 한번 불어버리면 제각각 흩어졌다가, 발길에 밟히고 찻길에 짓이겨지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납작 엎드려 찬비맞고 서리맞고 한 겨울을 나야 그제야 다음생의 싹을 틔운다. 지난하고 고된 여정이다.
제 뿌리의 땅에 고요히 내려앉아 옹기종기 가을색을 띤 낙엽들이 예쁘다. 사뭇 안정감 있고 평화로운 장면이다. 이럴 땐 마음마저 순해져 내 사는 모습을 반추해 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별할 것 없고 소박하지만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