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내용에 제목만 바꿨다.
인연과 시간.
의미가 완전히 바뀐다.
흙이 돌이 되는 시간과
돌이 흙이 되는 시간을 생각해 본다.
하나는 만들어지는 시간이고,
하나는 무너지는 시간이다.
같은 물질이 오가는 길이지만
방향과 속도는 다르다.
흙이 돌이 되기까지는 오래 걸린다.
쌓이고, 눌리고, 견디며 단단해지는 시간이다.
보이지 않는 압력과 축적이 반복될 때
비로소 하나의 형태가 생긴다.
느리지만, 그 느림 속에서만 단단함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돌이 흙이 되는 시간은 다르다.
금이 가고, 부서지고, 깎이며 형태를 잃는다.
햇볕에 갈라지고, 비와 바람, 온도와 시간 앞에서
돌은 조용히 풀린다.
한 번 시작된 균열은 되돌리기 어렵다.
무너지는 일은 쌓는 일보다 쉽다.
이 흐름을 보다가 문득 인연을 떠올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와 닮아 있다.
서로를 알아가고, 신뢰를 쌓고,
마음이 단단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인연도 시간을 통과해야 비로소 형태를 얻는다.
그러나 무너지는 일은 그보다 빠르다.
작은 오해 하나, 한 번의 실망, 말 한마디가
균열이 된다.
단단해 보이던 관계도
어느 순간 형태를 잃는다.
그래서 우리는 착각한다.
오래 쌓았으니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나 단단함을 만드는 시간과
그것을 지키는 일은 다른 문제다.
그렇다고 인연이 허망한 것은 아니다.
느리고 오래 걸리는 과정이기에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진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돌아온다.
흙이 돌이 되는 시간과
돌이 흙이 되는 시간,
어느 것이 더 빠를까.
자연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쌓는 일은 느리고,
무너지는 일은 빠르다.
인연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선택은 하나다.
무너뜨릴 것인가,
쌓을 것인가.
나는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