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도달의 부재》

by 이종열

새장 안의 새는 바깥을 꿈꾼다.

그 꿈은 단순하다.

날아오르는 일, 막히지 않는 공간, 자유라는 이름의 방향.

곧 깨닫는다.

창공을 날면서 더 큰 새장에 갇힌다는 것을.

아이도 마찬가지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삶을 상상한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도

꿈꾸던 자유는 없다.

더 무겁고, 더 큰 멍에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바깥을 향해 자란다.

지금 있는 자리는 지나가는 곳이고,

진짜 삶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바깥에 도착했을 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새장 밖에 나온 새는

비로소 하늘을 갖게 되지만

그 하늘 속에서 또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더 멀리, 더 높이, 더 다른 곳을 향해.

어른이 된 사람도 다르지 않다.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

또 다른 선택과 책임이 앞에 놓인다.

그리고 다시 어딘가를 향해 움직인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가 바깥이라고 불렀던 곳은

도착지가 아니라

계속 밀려나는 경계였다는 것을.

그래서 신기루다.

눈앞에 있는 것 같지만

다가갈수록 한 걸음씩 멀어지는 것.

새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사람은 같은 일을 반복한다.

바라보고, 나아가고,

그리고 또 다른 바깥을 만든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늙은 새 한 마리가

이미 지나온 하늘을 등지고

또 다른 신기루를 향해 날고 있다.

부재를 향한 방향,

그 끝은

팽창하는 우주의 경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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