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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Sep 25. 2024

지혜 다운, 지혜로운

필사와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필기도구에 욕심이 생겼다. 서점에 가면 문구류 코너에 한참을 머무르고, 다이소에 가도 펜과 노트를 보느라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한다. 아이들이 장난감 코너로 잡아끌어야 그제야 움직인다. 이왕이면 더 예쁘게, 어차피 쓸 바에는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래서 올해 받고 싶은 생일선물을 묻는 남편에게 "만년필"이라고 대답했다.
내 인생 첫 만년필.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입문자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제품을 선택했다. 각인 서비스까지 받으니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만년필이 내 손에 들려있다.

20년 지기 친구와 생일이 한참 지나고 만난 날, 그녀가 정성껏 포장한 상자를 내 앞에 놓는다. 상자를 열어보니 세련된 와인색 만년필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무난한 진회색을 고른 나와 달리 친구는 내가 용기내야 살 수 있는 색을 선택했다. "지혜 다운, 지혜로운 글을 써."라는 말과 함께 그녀가 만년필을 건넨다. 쓰는 삶을 선택한 친구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져 뭉클하고 고맙다.

'지혜 다운, 지혜로운'이라는 말이 한참 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다운 글이란 무엇일까? 지혜로운 글은 어떻게 쓸까?
솔직하나 과하지 않은 내 성격처럼 솔직 담백한 글. 약간의 오지랖이 있는 내 모습을 살려 다른 이를 향한 진심을 담은 글. 대체로 조용하나 가끔 예상 밖의 행동을 하는 나처럼 대부분 잔잔하나 가끔 톡톡 튀는 글. 뻔하지 않고 잔잔한 '지혜'다운 글을 쓰고 싶다.
지혜로운 글이라.. 글쎄 잘 모르겠다. 많이, 오래 쓰면 알 수 있을까? 일단 나다운 글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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