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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슬 Nov 14. 2024

[번외] 수능을 보던 그때의 나와 우리에게




2024.11.14 (목) 



안녕하세요 여러분 

작가 하윤슬입니다. 



오늘은 제 연재날도 아닌데 수능이라는 단어에 괜스레 마음이 꽁기해져 편하게 글을 남겨보고 싶어서 이 글을 올려 봅니다. 



지금은 오전 10시, 아마 지금쯤이면 언어영역 시험이 끝나가고 곧 수리 영역 시험을 볼 시간이려나요. 제가 수능을 볼 때는 언어 영역이라고 불렀는데, 아 지금은 국어 영역이라고 하더라고요. 



10대의 마지막 시점에 서있던 저에게 수능은 제 인생의 마지막 관문이 될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에 이렇게 다양한 관문들이 남아있을 줄은 몰랐고, 그건 여전히도 현재 진행형이네요. 아무튼 수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몇 년간 무던히도 노력했던 그때의 저를 돌아보고 싶었고 또 오늘을 위해 노력한 지금의 고3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들의 부모님들 께도 격려의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었어요!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우리 친구들에게, 수능 시험 성적이라는 그 결과가 여러분의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수능 성적이라는 게 다양한 삶을 선택하는 갈래길 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태도는 중요하지만 그 결과에 때로는 의연할 줄 아는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 보아요. 



사실 저는 어릴 때 학교에서 꽤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는데 당시에 기대만큼의 입시 결과를 내지는 못했어요. 수시로 지원했던 학교들은 그 해에 갑자기 입학사정관제가 생겨나면서 높은 내신 점수에도 모든 학교에서 낙방했고요. 정시 때는 사탐 영역의 점수가 부족해 원하는 대학을 갈 만큼의 점수가 나오질 않았어요. 거의 재수가 확정되는 순간이었죠. 몇 날 며칠을 울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손에 잡힌 결과는 너무 허무했죠. 



울며 불며 재수학원을 알아보던 저는 다행히 수시 3차로 뜬 학교 중 한 군데를 지원했고 그 학교에 합격해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저의 목표는 SKY였기 때문에 반수를 할 생각으로 입학을 했어요.) 하지만 대학 생활은 저에게 차원이 다른 새로운 경험의 문을 열어주더라고요. 학교 공부 말고도 정말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친구들과 밤새 술 마시고 놀며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선배들이랑 전주까지 내려가서 독립영화제를 감상하며 영상 작업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기도 했어요. 이를 계기로 직접 다큐멘터리를 찍어 영화제에 출품했는데  운이 좋아 출품한 작품이 공모전에서 1등을 하기도 했네요. 상금을 받아 신나는 마음으로 동기들을 데리고 아웃백을 갔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해요. 그 외에도 기자단 활동, 교환학생, 국제교류 동아리 활동 등 돌이켜 보면 제 인생에 가장 다양한 경험을 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저의 대학생활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원 없이 꿈꿔볼 수 있었고 궁금한 건 다 경험해 볼 수 있었어요. 호기심이 가득한 저에게는 최고의 환경이었죠. 누군가의 제약도 없었고 자유! 그 자체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학교의 타이틀이라는 건 저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는 어렴풋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어느 학교에 가느냐 보다 그 시기와 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하지만 취업 시장에 나와서는 다시 또 그 학교의 타이틀이 너무도 중요한 시기를 만나게 되고, 취업을 한 이후에는 회사라는 타이틀이 중요한 시기를 겪게 되었네요. 그 외에도 우리들은 정말 다양한 기준들에 의해 가치 평가 되는 존재더라고요. 어디 사는지, 집은 자가인지 전세인지, 차는 뭘 타는지 등등 말이죠. 



저는 그 굴레 속에서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다 이제야 저의 기준점을 조금은 명확하게 잡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여전히 우리는 타이틀이 너무나 중요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그걸 중요시한다고 해서 그게 제 인생에서까지 그것들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건 아니잖아요? 



사회가 정한 규칙과 제도 안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는 정말 중요해요.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한 결괏값이 우리 인생의 전부인 양 치부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다는 거지요! 아마 이 글을 통해 제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얼마 전 길을 걷다 엄청 큰 감나무를 발견했어요. 근데 참 같은 나무에서 같은 뿌리를 내리고 자란 감들인데 저마다 색깔도, 모양도, 크기도 다 다르더라고요. 근데 결국 감은 감인 거고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감인 거잖아요? 모양이 안 예쁜 감이면 갈아서 먹으면 되고, 크기가 작은 감은 조금 더 기다렸다가 익었을 때 따면 되는 거고요. 



이 나름의 팍팍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도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 덜 익은 감. 모양이 예쁘지 않은 감.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것조차 주관적인 기준이겠지만요). 크기가 너무 큰 감. 크기가 너무 작은 감.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소중한 존재들인 겁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내가 다니는 학교, 회사 같은 타이틀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결정해 나가는 일인 거고요. 이걸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새기고 있어야 해요. 



오늘 인생에서의 첫  관문을 통과한 친구들에게 꼭 이런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오늘 수능 시험의 결과가 여러분의 인생을 좌지우지하지도 않을 것이며 우리의 인생은 결국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해 나가기 나름이라는 것을요. 



아직 어른의 세계를 겪어보지 않은 어린 친구들이 부디 이런 세속적인 기준과 가치 속에 흔들리지 않고 

원 없이 꿈을 꾸며 행복할 자유를 마음껏 누리길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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