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과 카레를 싫어하는 딸
처음 입사할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아이가 대학생쯤 되었을 때 싫어하는 음식 중 하나가 김밥과 카레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주말에 출근하면서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의 정성이라 생각하며 바쁜 시간을 쪼개 거의 매주 준비해 주었던 음식들이 아이에게는 너무 자주 먹어서 질려버린 음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내가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남아있는 김밥이 있으면 화를 내었다고~~~
거의 20년을 근무하면서 여러 가지 개인사정으로 퇴사를 고민한 적도 몇 번 있었지만 바쁜 엄마를 배려해 준 아이들과 남편, 항상 정서적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친한 동료들 덕분에 지금은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는 중이다.
며칠 전 다른 지방에서 직장에 다니느라 주말을 맞아 집에 온 딸아이가 아침에 싸놓은 김밥을 하나 먹어보더니 맛있다며 식탁에 앉았다. 너 김밥은 싫어하잖아라고 했더니 옛날에는 엄마가 우엉이랑, 시금치 이런 것들을 잔뜩 넣어서 목에 걸려서 그랬지라고 한다. 그날 김밥은 이사준비 중이어서 채소는 거의 없고 집에 남아있던 햄과, 스팸이 주재료로 들어간 간편 김밥이었다.
아이들의 건강을 유별나게 챙겼고 여러 가지로 서툴렀던 젊은 엄마의 마음을 성인이 된 딸아이도 오롯이 이해할 날이 올 것이다. 아니 벌써 반쯤은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딸아이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어려운 일도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한 것 같아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