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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공방 Nov 02. 2024

교사, 그만둘까 고민한 적이 더 많은

솔직하게 쓰는 얘기

나의 브런치를 읽다 보니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일들만 써 놓은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람의 감정은 수시로 변하고, 학교에서 힘들었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숨고 싶은 적도 있고.


아래의 내용은 첫해때 썼던 일기장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지금은 좀 더 긍정적이고 일도 수업도 재미있지만, 첫해때는 아무래도 이랬나보다.


학교에서 진짜 너무 지쳤다고 생각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첫해 때는 더더욱,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업무들에 적응하랴, 사회생활하랴, 제일 많은 수업시수에 24시간에, 시험들에. 정보부 기획 업무도 솔직하게 버거웠다. 홈페이지 html을 공휴일날 하루종일 고치던 일과 알지도 못하는 vba를 붙잡고 입시

프로그램을 만들려던 나는, 일과 프로그래밍에 재능이 없나 보다 자책을 가득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마다 다 나의 능력부족과 무력감에 혼자 자책하고 포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포기하고 온 것들과 그래도 한때 꿈꿨다는 이유로 그만두겠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힘들면 그만두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아마 새내기 교사들에게는 그 결정이 쉬운 게 아닐 것이다. 몇 년을 걸어왔던 길 전체가 무너지는 기분일 테니까.

아침부터 자기 직전까지, 주말까지 시험출제와 학교 업무에 시달리다가도, 어른들이 참 적응 잘한다. 사회생활 잘한다.라는 말들을 하면 감사하지만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첫해 가고 싶지 않은 학교가 떠올려지며 언제 그만두는 것이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일일까를 계산하는 것이 힘들었다.

신규교사가 느끼는 감정들은 자책감이 많다. 물론 새로운 행복, 기쁨, 설렘도 있었지만 당황스러운 민원을 목격하다 보면 정신이 피폐해진다. 특히 작년에 교사들이 겪은 민원 뉴스들을 바라보며 더욱더 우울감에 빠졌던 것 같다. 아마 첫해, 둘째 해에 겪었다면 끝없는 무력감에 정신이 나가버렸을 것 같다. 요즘 신규생활을 하는 후배 교사들의 말을 듣다 보면 또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다가 결국 자기 탓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내 후배도 24시간 학부모 전화에 시달리다가 아침 여덟 시에 찾아오고, 연휴에 전화 오고, 방학임에도 대체 교사가 뭐하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다는 사례를 듣고는 진짜 슬퍼졌다. 어느 직장이 24시간 콜센터처럼 악성 민원을 받아주는 거지. 상담사는 초기 멘트와 법적 대응에 지원을 해주는데 교사는 오롯이 민원과 소송에 혼자 속앓이 하다가 정신병원으로 가게 되는지 슬퍼졌다.

지금 들어오는 후배교사들은 솔직히 그 정도 노력이면 다른 곳에 가서 꿈을 펼치는 길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처음 들어왔을 때 잘 대해주시던 선생님이 항상 말하던 게, 프로그래밍 잘하면 꼭 교사 안 해도 된다. 너무 힘들면 다른 길을 찾아봐도 되니까 혼자 우울해하지 말라고 조언을 주셨다.




지금에서야 되돌아보면. 성장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수업이 재밌고 아이들이 반갑고, 첫해보다도 많은 일이 주어져도 훨씬 빠르게 끝내곤 한다.

무엇보다도 여유가 생겨서 다양한 일들에 도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혹시나 직업이 힘들어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책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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