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한 낭만.
형식과 내용의 유기적인 결합은 마음의 풍경을 한층 더 싱싱하게 한다.
미학적으로 뛰어나다고 하는 영화들은 여지없이 내용물 뿐만 아니라 그를 담아낸 그릇 자체가
훌륭한 것만봐도 그 결합은 꽤나 중요하지만
그 미학을 볼 수 있는 매개체가 꼭 영화나 책 이어야 하는 법도 없다.
예를 들어, 뭐 사랑 고백 같은게 있으니까.
꼭꼭 눌러 쓴 내 마음의 편지를 어떤 글씨로 써서 어떻게 포장할지는
얼마만큼 수신인에게 정확하고 확실하게 닿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
박정민의 노래를 듣고 나니 더욱 더 사랑고백을 ‘어떻게’하는 지는 중요하군 하고 확신했더랬다.
q.w.e.r란 이름의 그룹은 들어봤는데 크게 관심이 없던 지라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배우 박정민 버전으로 [고민중독]을 처음 들어보게 됐다.
일단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인 것만 같은 멜로디가 벌써 일본 애니메이션 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풋풋하고 벅찬 첫사랑의 느낌을 마음에 얹어줬다.
아련한 첫사랑의 느낌보다는 그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쏟아질것만 같은 마음을,
아직은 본인의 감정을 다루기 미숙한 누군가가 자신도 그 마음을 어쩔 줄 몰라 하는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좋은 조마조마함.
그래서 이 노래는 발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발랄한 낭만!
https://www.instagram.com/reel/DCNs68CPmDp/
:박정민 배우가 이영지의 레인보우 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고민중독]을 부른 영상인데,
이걸 꽤 인상깊게(?)봐서 후루룩 써 내려간 글이니까 혹시라도 글을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영상 보고 글 읽어주시면 좋아요,
이 발랄한 낭만을 담아내는 박정민의 몸짓과 노래는 꽤 정확하다고 할 만큼의 알맞은 형식이었다.
기교 없이 불러 조금은 서투르지만 그래서 더 담백한 떨림에 한글자 한글자 꾹꾹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데 당연히! 설레버렸다.
그런 그의 목소리로 전달되어서인지 더 유심히 듣게 된 가사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오 이거 괜찮은 가사잖아?’ 류의 가사였다.
‘근데 오늘도 천 번 하고 한 번 더 고민중’ 이라던가
너의 작은 인사 한마디에 요란해져서의 ‘요란해져서’ 라는 단어 선택.
또, 네 맘의 비밀번호를 눌러서 열고 싶지만 너’를’ 고민고민해도 좋은걸 같은.
‘를’이라는 격 조사가 그냥 쉽게 쓱 하고 쓴 가사가 아닌 것 같아 더 곡이 맘에 들어버렸다.
그리고 단연코 가사의 피날레는 바로 ‘좋아해’.
서투르기 때문에, 망설이다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결국은 뱉어야 했던 마지막 고백은
‘사랑해’가 아니라 ‘좋아해’여야만 한다.
왜 사랑해가 아니라 ‘좋아해’ 인지를 생각해보기엔 이 곡은 서툴고, 미숙하고, 그래서 순수하다.
이 곳에선 ‘좋아해’가 ‘사랑해’보다 훨씬 힘이 세서 가뿐히 이길 수 있는 느낌.
풋풋한 그때의, 조금은 서투르지만 벅차오르는 이 마음은 그래서 발랄하고 희망찬 이 멜로디인 것이고
박정민의 기교 없는 목소리는 ‘착붙’이 되어 ‘좋아해’로 방점을 찍었다는 느낌!
이런 걸 '사랑고백'의 유기적인 결합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서투름엔 풋풋함이, 그리고 풋풋함엔 벅참이, 그래서 좋아해가.
이의 공통분모는 청춘이고 청춘은 곧 발랄한 낭만인걸로!
이 영상을 보고 나니까 이제 고백은 '좋아해'로 받고 싶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