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암연조차 행복했던 날 6

행복이와 행운이

by 김편선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그건 잘 기억나지 않는데,

어느 날 돼지 인형 두 마리가 우리 부부 곁으로 왔다.



'곰돌이 푸'에 나오는 피글렛을 닮은 핑크 돼지였다.

배쪽에,,, 한 마리는 lucky, 또 다른 한 마리는 happy라고 쓰여있었다.

그래서

큰 아이는 행복이, 작은 아이는 행운이가 되었다.



행복이와 행운이는 그렇게 우리 아이들이 되었다.



과묵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인데,

알고 보니 내 남편은 참으로 자상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행복이와 행운이에게 아침 저녁으로 안고 인사말을 건네고,

술 한 잔을 마시면 주머니를 뒤적거려 용돈을 챙겨주기도 했다.

그 용돈은 내 커피값이 되었지만.



우리의 가족이었던 행복이와 행운이.







행복이와 행운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 품에 안긴 돼지 인형 두 마리


가슴에 새겨진 이름 그대로

행복이와 행운이가 되었다


우리 품에서 잠들고

우리 품에서 눈뜨고


술 한잔에 기분 좋아지면 남편은

주머니 속 꼬깃한 지폐 쫙 펴서

행복이와 행운이의 주머니에 넣어주곤 했다

용돈을

아니, 사랑을 넣어주곤 했다


우리에겐 가족이었던

돼지 인형 두 마리

행복이와 행운이

keyword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