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한 적’은 한국이다.
저는 20여년간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남과 북의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길 원합니다.
지극히 사사로운 이유, 딱 두 개.
내 차를 몰고 평양 가서 냉면 먹는 게 소원입니다.
(이왕이면 아우토반 같은 도로가 만들어져서 최저 시속 130km 정도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파리까지 열차로 여행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북한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글은 이렇게 극도로 사소한 이유로 시작됐습니다.
1> 시작하며 -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외로울 겁니다.
괴로울 겁니다.
무엇보다 무서울 겁니다.
오죽했으면 아직 아이일 뿐인 애지중지 딸의 손을 잡고 ICBM 앞으로 걸어갔을까(2022년), 생각해봤습니다.
당신의 첫 걸음을 기억합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그 자리에 올랐으니 올해면 어느덧 14년이 지났군요. 어린 나이에 동생 김여정과 함께 스위스 유학 생활(1998년 9월- 2000년 )을 하고 2001년 모국으로 돌아왔을 때 느꼈을 불만과 좌절감, 당황스러움은 상당했을 겁니다.
세계에서 최고 GDP 순위권에 드는 ‘행복한 나라’ 스위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막막한 현실 때문 때문에 무엇보다 당혹했을 겁니다. 그것도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20대 젊은 혈기에 당신은 ‘나는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를 것’이라고 다짐했겠죠. 그래서 일단 인민복을 벗고 양복을 입었고,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던 아버지와는 달리 신년사를 육성으로 전하는 파격(?)도 보였습니다. 인민들과 거리낌없이 얘기하고 어깨동무하고 팔짱 끼는 모습으로 마음을 얻으려했고 지방 군 부대를 일일이 돌며 격려하고, 또 필요하면 허리를 굽혀 삽질하는 모습까지 보여줄 때 아마 인민들은 울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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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극복했겠지만 집권 초기, 주변에는 모두 아버지뻘 되는 사람들이 포진해있었으니 유교적이고 보수적인 북한 사회에서 실존적인 압박도 조금은 느꼈을 겁니다. 무려 조선시대 왕조 국가에서도 ‘어린 나이’는 항상 약점이 되곤 했죠.
그래서 당신은 고민 끝에 결심했을 겁니다. 어느 사회나 시범케이스는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김일성의 사위이자, 당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사살했겠지요.(2013.12.12). 드라마 같은 상황을 연출하며 2017년 2월 이복형인 김정남(1971년생)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암살한 것도 역사책에서 흔히 보이는 권력의 속살이라 생각합니다. 중국 혹은 미국이 같은 백두혈통인 김정남의 뒤를 봐준다고 하니 신경도 쓰였겠죠.
게다가 인간이기에 질투도 있었을 겁니다. 할바어지 김일성이 유일하게 ‘인지’하고 엄청나게 사랑했던 이복형의 존재가 불편했을 겁니다. 아버지 김정일이 둘째 부인 성혜림과 낳은 김정남만 김일성 품에 안겨주고, 반면 셋째 부인 고용희의 아들인 당신과 당신의 형 김정철은 김일성과 만나지도 못하게 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서운했겠죠. 그래서 김정남의 존재를 없애버리는 게 권력의 속성으로 보나 사감으로 보나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2> 북한 인민 모두가 ‘따뜻한 이밥에 고기’ 먹고, 당신의 애마인 벤츠까지 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겠지요. 김일성이 1962년 인민들에게 ‘이밥(쌀밥)’과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리고 2010년 1월 김정일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야 한다는 수령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고 말했지만 2025년 현재까지도 아사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 지긋지긋한 배고픔 때문에 탈북하는 주민들도 역시 이어지고 있으니 화도 나고 또 부끄러울 거라 생각합니다. 인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위급 관리들에게 면박을 주는 이유겠죠. 남 탓 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법이라는 걸 압니다.
당신은 2019년 2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무참하게 실패한 뒤 주먹을 불끈 쥐었을 겁니다. 트럼프의 ‘개념 없음’과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의 집요한 방해 때문에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걸 잘 압니다. 반으로 찢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 문제를 20여년 들여다보고 있는 한 소시민으로서 하노이에서의 그 예상치 못한 파국은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다시 생각해도 참담하기만 합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 얼마 후인 2019년 3월 초,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당신은 ‘서한’을 보냅니다. ‘최고 존엄’인 당신이 빈 손으로 왕복 7600km, 총 120여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하노이에서 평양으로 돌아올 때의 굴욕이 여전하던 바로 그 시기였습니다.
당신은 “전체 인민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면서 여러번 다짐하고 곱씹었겠죠. ‘저 미제 놈들하고 다시는 상종도 안 하리라!.’
이 서한에서 당신은 “우리 국가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의 날강도적인 전쟁위협이 무용지물로 된것처럼 극악무도한 제재압살책동도 파탄을 면치 못하게 되어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의 영도…. 수령에게 인간적으로, 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노 딜’을 뒤로 하고 내부를 다시 결집시키려는 메시지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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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북미 정상회담은 그저 외교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단순한 협상이 아니었습니다.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책에 길이 남을 중대한 변곡점일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에겐 그저 TV쇼에 불과했지만, 당신이나 나나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생활의 문제이자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물론 잠시였지만 성과가 없던 것만은 아니었죠.
<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1.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2.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3.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회담 결렬을 두고 평가는 분분하지만 ‘영변 핵 시설 포기’라는 당신의 제안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7차례 방문해 직접 영변 핵 시설을 관찰한 세계적인 핵 과학자 시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이렇게 평가했죠.
[한겨레] 헤커는 “나는 기술자이지 외교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연구 결과를 보면 외교가 작동할 때 북한의 핵 개발 속도가 더뎌졌고, 외교가 멈추면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영변 핵시설 단지’에 대해 “영변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심장’”이라며 “영변 폐기는 북핵 프로그램을 끝내기 위한 결정적인 첫 단계”라고 평가했죠. 셋째, ‘(단계적) 비핵화-관계 정상화 병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미-북 관계 정상화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커 박사는 ‘불가역적’(irreversible)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주장했던 ‘CVID (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주장을 겨냥해 “사람의 기억을 완전히 없애지 않는 한 ‘불가역적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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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발언을 행간도 아닌 ‘자간’으로 읽어낸다는 로버트 칼린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죠.
하노이 회담을 2주 가량 앞두고 한 인터뷰(자유아시아방송)에서 “일부 회의론자들은 영변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북한 플루토늄 생산은 모두 영변에서 이뤄지고, 수 천개의 원심분리기를 폐기한다면 큰 조처”라고 평가했고, 하노이 ’노 딜’ 이후 트럼프의 접근 방식을 비판했습니다.
[* 로버트 칼린은1989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 동북아 담당 국장과 대북 협상 수석 고문 등을 역임했다. 1996년 이후 북한은 30여회 방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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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굴욕감만 안긴 트럼프 행정부, 그리고 중간에서 우물쭈물하던 문재인 대통령에 화가 났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2018년 9월 평양 능라도에서 북한 인민 15만명을 앞에 두고 연설할 기회까지 제공했는데 말이죠. 그 마음 이해합니다. ( 한국 대통령의 평양 연설은 마치 합성사진과 같이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노이 노딜 이후 포지션을 바꿔야만 했을 겁니다. 하나는 내부에서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내부에서는 헌법에 ‘핵무력 정책’을 새겨넣고 핵무력을 증강시키는 일, 밖으로는 ‘동맹’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일단 당신은 대한민국 대선을 얼마 앞둔 지난 2022년 1월 ‘모라토리엄 중단 해제’를 발표합니다. 4년 전인 2018년 4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2013년 4월부터 추진했던) ‘경제건설 및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사실상 종료”와 함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중단 등을 선언했고 실제 풍계리 시설을 폭파하고 4년 이상 핵과 미사일 시험도 하지 않는 등 나름의 인내심을 발휘했지만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던 거겠죠.
2022년 1월 19일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에서 당신은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하였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실제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합니다. 같은 해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서는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강화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지속 의지를 이어갔습니다.
급기야 2022년 11월 1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할 때는 “사랑하는 자제분” 김주애의 손을 잡고 등장하는 파격까지 보이더군요. 애지중지 예쁜 딸을 ICBM 앞에 세워놓겠다는 정말이지 놀라운 발상을 보면서 “딸에게 구찌 가방 대신 ICBM을 선물한 건가…”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쯤, 국내외 언론들은 ‘김주애가 후계자’인지 혹은 보수적인 북한에서 과연 ‘여성’이 후계자가 될 수 있는지 등 한바탕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미 당신도 다 봤겠지만…
시험발사 성공을 본 김정은 당신은 “미제국주의자들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강화’와 전쟁 연습에 집념하면서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사적허세를 부리면 부릴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고 “적들이 핵타격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다짐했죠. (딸 앞이었기에 여느 때보다 목소리가 더 단호했을 거라고 추정하는 바입니다.)
결국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해 핵무력 정책을 명기하더군요. 당신이 직접 언급한 “핵 무력 강화 정책의 헌법화”라는 표현은 핵무장의 불가역성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 대한민국 합참에 따르면, 이날 ICBM의 비행 거리는 약 1000㎞, 고도는 약 6100㎞, 속도는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
[ 2023년 9월 개정] 북한 헌법 제5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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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국에 배심감을 느낀 당신은 서방쪽으로 겨우 열었던 문을 닫아버립니다. 불안한 ‘안보’는 물론이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었을 하노이에서의 ‘굴욕’은 당신을 아마도 모스크바로 밀어넣었을 겁니다. 그래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신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보였겠죠. 중국과는 이미 ‘볼짱 다 본’ 사이, 달리 표현하면 ‘쇼윈도 부부’라는 걸 이제 우리도 압니다.
다 좋습니다. 각자의 생존 방식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역사를 거슬러가 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미사일 만드느라 바쁜 듯 해서 내가 정리합니다.
요는, ’사실상 적’과 ‘잠재적 적’ 대신 차라리 ‘한국이라는 안전한 적’과 손을 잡는 것이 아무래도 남는 장사라는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무엇보다 평양 한가운데 미국 대사관과 대한민국 대사관을 가져다놓는 것처럼 ‘가장 안전한 방법’을 굳이 마다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얘기도 하려고 합니다. 당신이 그토록 핵과 미사일 개발의 명분으로 삼는 그 ‘적대적 대북정책’의 핵심은 결국 미국과 한국이 당신의 제국을 침공할 거라는 과대망상 아닙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북한에 인질(?)로 삼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사실, 더 정확한 내심은 당신이 명분삼는 ‘미국의 침공 가능성’보다 체제 붕괴, 더 정확하게는 백두혈통 영구집권이 무너질까 하는 우려 아닙니까. 1989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Nicolae Ceauşescu)의 비극적 결말이 여전히 아른거릴 수 있습니다. 1971년 평양에 방문해 할아버지 김일성을 만났던 차우셰스쿠는 김일성을 ‘태양’으로 섬기는 우상화에 흠뻑 빠져 자신도 태양이 되려고 독재 정치를 더욱 강화했었지요.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독재 정치를 이어가다 결국 루마니아 내부 혁명이 일어나 군에 의해 처형당한 그의 마지막이 북한 지도부들게는 여전히 악몽같은 일로 머리에 새겨져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적으로, 백두혈통의 영원한 집권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역사를 보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차라리 일본이나 영국식 입헙군주제를 붙드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계속 벤츠 타고 롤렉스 찰 수 있을 겁니다).
= 당신이 그리고 당신 주변의 많은 권력자들이 가장 지긋지긋해하는 사례가 리비아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정확히 합시다. 독재자 카다피는 미국 및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디지 못하고 2003년 핵 포기를 선언한 뒤 2006년 희망사항이던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이뤄냈습니다. 이후 5년 가량 흐른 뒤 튀니지에서 노점상을 하던 청년의 분신으로 2011 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이 여파는 튀니지는 물론 시리아, 이집트, 예멘 그리고 리비아로까지 확산되면서 각국에서 커다란 소요 혹은 내전이 발생한 겁니다. 물론 미국과 서방세계가 민주주의와 독재 반대를 외쳤던 반군들을 편에 서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핵을 포기했더니 카다피가 죽었다. 우리는 안 속는다”는 주장은 너무 단순합니다. 내부 문제는 결국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북한 인민들의 마음을 사는 일까지 미국이 대신해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 * 북한과 루마니아의 체제 유사성 등으로 인해 차우셰스쿠 정권의 몰락과 그의 처형이 북한에 강력한 시그널로 작동했다는 해석이 많다.]
아마 다른 ‘증거’도 제시하고 싶을 겁니다.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말로가 대표적이죠.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포기한 뒤, 2003년 미국 부시 행정부가 ‘거짓 정보’를 근거로 일방적 침공을 감행했고 결국 체제는 붕괴되고 후세인도 죽임을 당한 사례 말입니다(2006년 12월 사형). 부시 행정부의 그 멍청한 짓은 지금까지도, 미국 내에서도 비난 받는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2008년 글로벌 위기라는 부시 대통령의 대표적 자살골을 통해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위상은 마침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걸 당신도 압니다.) 당시 부시의 침공 이유를 굳이 설명하자면, 전세계 석유 매장량 4위를 자랑하던 이라크는 서방 다국적 국가 혹은 미국 기업들에 가장 탐나는 먹잇감이었을 테고 동시에 미국의 원수인 이란의 세력 확산을 막기 위해 옆에 붙어있는 이라크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였다는 설명 등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당신, 혹시 석유 있나요? 기껏해봤자 석탄하고 물고기잖아요.
[* 유엔은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여러 차례 결의안 등을 통해 북한에 경제재제를 가한다. 특히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철광석 등 광물 그리고 수산물 수출 등을 금지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실패 직후 심야 기자회견을 열었던 리용호, 최선희는 ‘2016년부터 2017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을 해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현실주의’(realpolitik)가 득세하는 요즘 미국은 한국이라는 비교적 말 잘듣고 강력한 동맹을 뒤에서 배후 조정하며 중국이라는 세력을 견제하려고 시도할테니 ‘선제 공격으로 평양을 침공’하는 과감한 혹은 무모한 시나리오는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연합제든 연방제든 한국과 최소한 싸우지 않고 경제적, 사회적 교류를 늘리면 당신이 말하는 (외부)안보 우려는 일단 많은 부분 해소됩니다.
(앞서 언급했듯, 내부 쿠데타 여부는 당신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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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 서론이 길었군요. 일단 중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봅시다.
...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