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조종기 뒤에 숨은 '책임'의 무게

전략기획팀 신입사원 시절, 지금도 잊히지 않는 서늘한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분당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제가 본사에 가게 되었는데 본사 IR팀 쪽에 있을 때였어요. 사무실의 정적을 깨는 전화 벨소리가 울렸고, IR팀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터라 제가 얼떨결에 수신기를 들었습니다. 전화가 울리면 당겨서라도 받아야 한다고 저는 그렇게 배웠거든요. 전화를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회사의 전망을 물었습니다. 저는 그저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응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네, 그럼요. 잘 되겠죠"라며 두루뭉술한 긍정의 대답을 남겼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화를 건 분은 우리 회사의 운명에 자산을 맡긴 '주주'였다는 사실을요. 제가 무심코 던진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투자 결정의 결정적 근거가 될 수도,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 나의 무지가 타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정보라는 도구를 다루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친절한 대답' 이전에 '내가 내뱉은 말의 무게에 대한 책임감'임을 뼈저리게 배운 날이었습니다.

그때의 식은땀은 지금 제가 드론 조종기를 쥐여주는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흔히 "선생님, 그냥 한 번 눌러본 건데요?"라며 가벼운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때마다 주주 전화를 받았던 저의 초보 시절의 실수가 떠오릅니다.

“네가 무심코 누른 그 버튼 하나가 타인의 사유지에 침범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소중한 휴식을 방해하거나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단다. 이 조종기를 잡는 순간, 너는 이 비행으로 일어나는 모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기장’이 되는 거야.”

에토스 미래교육 연구소는 기술을 가르치기에 앞서, 기술을 대하는 '태도'를 먼저 설계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사용합니다.

첫째, '에토스 비행 체크리스트'입니다. 이륙 전 기체 상태와 주변 환경을 점검하는 과정은 단순히 사고를 막기 위한 절차가 아닙니다.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미리 고민하는 '예측적 책임감'을 기르는 의식입니다.

둘째, '비행 로그북'작성입니다. 비행이 끝난 후 무엇을 했고,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기록하게 합니다. 기록은 자신의 행동을 정직하게 마주하게 합니다. "바람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라는 핑계 대신, "기상 상황을 오판한 나의 책임"임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르칩니다.

기술은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성품에 따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위협하는 흉기가 되기도 합니다. 주주의 전화를 받는 마음으로, 즉 나의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가치를 좌우할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조종기를 잡아야 합니다. 조종기를 잡은 아이의 손끝에 실리는 것은 기체의 무게가 아니라, 그 비행이 세상에 미칠 책임의 무게여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