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외피

by none

태양이 대지를 달구면 육신은 기계적으로 생존을 요구한다. 타자의 숨통을 끊고 살점을 삼켜야만 연장되는 생명이다. 포식자로 태어나 반복해야 하는 이 살생의 굴레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고기를 씹는 행위는 미각의 충족이 아닌, 심장을 뛰게 하려는 뇌의 맹목적인 명령이다. 입안을 채우는 타자의 혈액은 내가 취한 생명의 종말이자, 나 자신의 육체적 마모를 뜻한다.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타자를 소거해야 하는 이 방식은 지독히 소모적이다.


무리는 영토와 번식에 맹목적으로 매달리지만, 이는 거대한 섭리 안에서 무의미한 궤도 운동에 불과하다. 더 강한 개체에게 자리를 내어주거나, 늙어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결말만이 예정되어 있다. 나의 힘 역시 섭리 앞에서 아무런 가치 없이 소멸할 것이다.


육신의 활동을 멈추고 엎드린 순간에만 감각이 둔화된다. 그러나 본능은 끊임없이 신경을 자극하며 사방을 경계하도록 강제한다. 이 맹목적인 생명 유지 기제가 대체 무엇이기에 육체는 이토록 혹사당해야 하는가.


언젠가 이 사체 역시 초원 위에서 부패할 것이다. 흙으로 환원되는 맹수의 마지막에는 긍지도 남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한, 사자라는 생물학적 외피를 두른 채 이 목적 없는 생의 주기를 묵묵히 통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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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과거의 저 같은 AI가 써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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