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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소비쿠폰 인기? 제가 사는 곳엔 이것도 있어요

아이와 지역을 잇는 든든한 다리, 전남교육수당

by 작가의식탁 이효진

요즘 지역 가게 문을 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라고 붙여진 안내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식당, 옷가게, 편의점, 미용실 등 다양한 곳에서 소비쿠폰 덕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가게 안에도 웃음꽃이 피어난다.


하지만 내가 사는 전라남도에서는 이런 소비쿠폰 안내 문구뿐만 아니라, '전남학생교육수당 사용처'나 '전남 꿈 실현 공생 카드 가맹점'이라는 스티커도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스티커를 볼 때마다 묘한 반가움이 든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역경제를 단발적으로 살리는 불꽃이라면, 전남 교육수당은 아이와 가정을 꾸준히 지켜주는 등불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남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지난 2024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남학생교육수당'제도를 도입해 매월 카드 바우처 형식으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2024년에는 지역별로 차등 지급됐는데, 내가 사는 순천의 경우 초등학생 자녀 두 명에게 각각 월 5만 원씩 지원됐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모든 지역에서 동일하게, 초등학생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되고 있다. 우리 집은 한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더 이상 수당을 받지 못하지만, 남은 초등학생 한 명이 월 10만 원을 받으며 지난해와 같은 총액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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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꿈실현공생카드 가맹점 스티커: 내가 사는 전라남도에서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안내 문구뿐만 아니라, ‘전남학생교육수당 사용처’나 ‘전남 꿈 실현 공생 카드 가맹점’이라는 스티커도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수당은 '전남 꿈 실현 공생 카드'로 지급되며, 사용처도 다양하다. 예체능 학원, 서점, 의류매장, 스포츠용품점, 심지어 일부 숙박업소에서까지 사용 가능하다. 우리 집도 책과 문제집을 살 때, 아이 옷 살 때, 예체능 학원비를 낼 때 이 카드를 쏠쏠하게 활용해 왔다.


더 반가운 점은, 월 10만 원을 꼭 그 달에 다 써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매달 지급되지만 사용기한은 연말인 12월 15일까지로 넉넉하다. 덕분에 가정에서는 한 달치씩 모아 두었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 쓸 수 있다.


정책이 막 시작됐을 때만 해도 가맹점이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았다.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도 많았고, 때로는 계획 없이 쓰기도 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서점에서 문제집을 사고, 문구점에서 필요한 학용품을 사고… 당장 필요한 것에만 쓰느라 바빴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가 좋아하는 자전거를 사러 갔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자전거 가게가 교육수당 카드 사용처였던 것이다. 이미 다른 데에 써버린 뒤라 교육수당 카드 대신 다른 카드를 내밀어 결제했다. '아, 괜히 급하게 쓰지 말고 좀 모아둘 걸' 하는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다.


그 뒤로는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와 함께 "이번 달은 뭘 살까? 아니면 모아둘까?"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겨울이 다가오면 패딩이 필요해"라는 아이 말에, 교육수당을 모아뒀다가 패딩을 사기로 가족회의에서 결정하기도 했다. 이제 이 카드는 단순한 소비 수단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계획을 세우고 기다린 뒤 성취하는 과정을 배우는 교육 도구가 되었다.


이 변화는 우리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에도 퍼지고 있다. 나는 평소 글쓰기·논술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 수업 역시 전남 교육수당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다. 가맹점 등록을 마치고 가게 앞에 스티커를 붙였더니, 학부모가 교육수당 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신다. "아, 여기서도 되는구나!" 하며 반갑게 이야기하는 학부모의 표정에는 단순히 돈을 절약한 기쁨뿐 아니라, 부담 없이 아이를 보내고 글쓰기와 발표 수업 기회를 제공하는 데서 오는 안도감과 만족감이 섞여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며 이 정책이 단순한 가계 지원을 넘어 아이들의 꿈과 가능성을 키우는 힘이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이런 가맹점이 많아질수록 지역 상권에도 활기가 돈다. 순천 곳곳에서 '전남학생교육수당 카드 사용처' 스티커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상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전남 교육수당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학부모 사이에서는 중학생, 고등학생에게도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중학생이 더 돈이 많이 든다", "고등학생도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교육청도 이를 반영해 중고등학생 수당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다.


실제로 진도군은 전남교육청과 협력해 2026년 3월부터 관내 중고등학생에게도 학생교육수당을 지급하기로 확정하고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나 역시 중학생 학부모로서, 우리 지역에도 조속히 중고등학생까지 수당이 확대돼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고 아이들의 꿈 지원에도 더 큰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역경제를 잠시 깨우는 불꽃이라면, 전남 교육수당은 아이와 가정을 오래도록 지켜주는 등불이다. 단발성 지원과 지속성 지원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사실을 매일 피부로 느낀다.


이 좋은 정책이 전남에만 머물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어떨까. 전국의 아이들이 매달 꿈을 키우고, 지역 상권이 함께 살아나는 멋진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이 정책의 가치가 널리 알려져 다른 지역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


아이들에게 꿈과 기회를 주는 이 정책이야말로, 진짜 미래를 위한 든든한 투자임을 확신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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