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가게로 날아온 문자, 숨통이 틔었다

한 여름 전기세, 작은 지원 '소상공인 크레딧카드'

by 작가의식탁 이효진

<2025년 10월 작성된 글입니다>


여름 한가운데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는 일은 늘 긴장의 순간이다. 아이스크림 냉동고 몇 대에 무더위로 인한 에어컨 가동까지. 한여름엔 전력 사용량이 치솟을 수밖에 없어 전기요금은 늘 가게 운영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가게에 마련한 작은 휴게실에서 손님들이 수시로 에어컨을 켜 놓고 그냥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매달 청구서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급기야 '계약 전기 용량 초과'문자를 받으며 전기증설을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요금 폭탄 만큼 전기 증설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7월 전기 요금에 말문이 턱, 작은 가게의 선의가 흔들립니다).


그때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 '소상공인 부담 경감 크레딧'이었다. 전기요금, 보험료, 통신비 등 소상공인의 고정비를 지원해주는 제도였다. 주변 상인들은 이미 사용 중이라며 "진짜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나도 바로 신청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신청서를 넣은 뒤 며칠이 지나도 '검증 중'이라는 문구만 계속 떴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에어컨 플러그까지 뽑았지만, 손님들은 뽑혀 있는 플러그를 찾아 다시 전원 버튼을 눌러 휴게실에서 더위를 식히곤 했다. 이제 여름이 다 지났지만, 지난 여름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여름이 끝나도 아이스크림 가게의 기본 전기 요금은 다른 업종보다 훨씬 높다. 소상공인부담경감크레딧을 신청하게 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IE003535894_STD.jpg 소상공인 부담경감크레딧 지원시스템 화면


'아직은 괜찮다'는 마음을 심어주다


지원 시스템에 접속해 신청 결과를 확인한 게 도대체 몇 번이었는지 모른다. '검증 중' 상태에서 며칠이 이어지자 결국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요즘 서류가 추가로 필요한 경우 한 달 이상 걸린다고 했다.


사실 나는 올해 4월, 막 영업을 시작한 간이 사업자였다. 사업 개시일이 얼마 되지 않아 각종 자료가 국세청 시스템에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추가 서류'를 요청 받았고, 사업자등록증과 카드매출 내역, 현금영수증, 주업종 코드 등을 다시 제출했다.


그렇게 또다시 기다림이 시작됐다. 그 사이 전기요금은 또 한 번 올랐다. "다른 가게는 벌써 다 승인됐다는데…"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언젠간 되겠지'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리고 지난 9월 말 마침내 문자가 도착했다.


회원님께서 신청하신 소상공인부담경감크레딧이 신규 생성되어 안내 드립니다. 배정 금액 50만 원, 사용 기간 12월 31일까지.


이 짧은 한 문자가 그렇게 반가울 줄 몰랐다. 지난 8월 전기요금은 이미 낸 터라, 이번 달에 고지서를 받고서야 지난 9월 요금을 카드로 결제할 수 있었다. 물론 지원금 한도가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지원금 덕분에 가게 운영에 작은 숨통이 트였다.


누군가는 "그걸로 얼마나 버티겠냐"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건 다르다. 한 달 전기 요금이 줄어드는 건 곧 한숨의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일이다. 그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버틸 수 있겠다'는 희망의 문제다. 이번 지원 덕분에 새삼 깨달았다. 이런 작은 정책들이야말로 생활 한가운데서 체감할 수 있는 복지라는 것을.


얼마 전에는 민생회복소비쿠폰으로 중학생 아들의 교복을 구매했다. 학교 지정 교복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서 교복값 부담이 확 줄었다. 물론 사용 한도가 있다 보니 쿠폰은 금세 소진됐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가계에도 마음에도 한숨 한 번 덜 내쉴 여유가 생겼다.


무인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매출의 오르내림이 크다. 비가 오면 손님이 뚝 끊기고, 날이 더우면 조금 늘어난다. 이럴 때 한 번의 지원, 한 장의 카드, 한 번의 쿠폰이 '아직은 괜찮다'는 마음을 만들어 준다.


무인 가게를 운영하면서 깨닫는 건, 버팀목은 거창한 대책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작은 손길이라는 것이다. 소상공인 크레딧 카드도, 민생회복쿠폰도 그 손길 중 하나였다.


지원금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조금 더 해보자"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용기가 결국 가게를, 삶을 버티게 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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