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른을 함께 바라보는 동화를 꿈꾸며
아동문학 작가를 꿈꾸며 책을 읽다 보면, 요즘 아동문학의 흐름이 일정하게 맞춰져 있다는 걸 느낀다.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판타지가 들어가고, 현실과 조금 떨어진 세계에서의 모험과 사건들이 등장한다. 분석하며 읽다 보면 출판 경향이 보인다.
“아, 지금은 이런 스타일을 선호하는구나.”
그 경향에 맞추면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고민이 생긴다. 꼭 그렇게 ‘팔리는 공식’의 틀을 따라야 할까?
비록 사건은 잔잔할지라도 일상 속에서 아이와 어른에게 울림을 주는 이야기, 그런 아동문학은 지금의 출판 시장에서 정말 설 자리가 없는 걸까?
나는 오히려 현실 속으로 더 깊숙이 뛰어들어 아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때로는 부모의 마음까지 뒤흔드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흔히 아동문학을 ‘어린이를 위한 동화’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싶다. 아동문학이야말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책이다.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고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고른 책을 함께 읽는 과정 속에서 부모는 아이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때로는 어른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동화를 읽다가 “아, 내가 아이에게 이런 모습이었구나” 하고 조용히 반성하는 부모도 많다. 어떤 장면에서는 어른들의 부족함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받는 모습이 보여 안타까움이 밀려올 때도 있다. 이것이 바로 ‘부모가 동화를 읽으며 아이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더 있다. 부모가 아이를 이해해야 한다면, 아이도 어른의 세계를 이해할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아이들은 아직 좁은 시야 속에서 어른을 바라본다. 그래서 어른의 세계는 종종 ‘알 수 없는 세계’로 남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화는 어린이 시선을 중심으로 쓰이다 보니 어른이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른이 어떤 현실과 감정을 견디며 살아가는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 거의 없다. 그 지점에서 나는 아동문학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아동문학은 아이의 마음을 어른의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일이며 동시에 어른의 세계를 아이의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일이다. 일방통행이 아니라, 양방향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단지 ‘어린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이야기’를 벗어나 평범한 현실 속에서도 깊은 공감과 재미를 담을 수 있는 아동문학,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요즘 나는 사춘기를 온몸으로 겪는 아이들을 보며 더 절실하게 느낀다. 이 아이에게 정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아이에게 묻고 싶은 질문, 아이를 대신해 세상에 말해주고 싶은 진심이 있다. 어른이 직접 말하면 잔소리가 되지만, 동화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다.
물론 출판사의 입장을 모르는 건 아니다. 아동문학은 결국 아이들에게 선택받아야 하고,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동화의 세계를 직접 우리 아이에게, 또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들려줬을 때,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눈을 반짝였다. 잔잔한 사건 속에서도 마음 깊이 공감했고,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더 들려달라고 조용히 손을 잡아당겼다. 그 아이들은 어른의 마음까지도 이해하고 품으려 했다.
그때 깨달았다. 화려한 볼거리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울림을 담은 동화도 아이들은 충분히 받아들이고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글을 쓰는 작가도, 그런 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바란다. 출판사도 조금 더 다양한 시선으로 아동문학을 바라보고, 아이들이 더 넓은 독서의 세계를 경험하도록 이끌어주면 좋겠다. 요즘 나는 고민이 깊다.
“출판 경향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나만의 스타일을 지켜갈 것인가?”
나는 내 스타일을 따르기로 했다. 나만의 호흡과 시선, 내가 믿는 울림을 지키면서 “이런 동화도 있다”는 것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세상에 알려 나갈 것이다.
물론 마지막 과제는 늘 같다. 나와 스타일이 맞는 출판사를 찾는 일. 이 과정은 쉽지 않다. 길게 기다려야 하고, 때로는 ‘그냥 내 스타일을 조금 접어야 하나?’라며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마다 마음속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말한다.
“아니야, 너만의 세계를 끝까지 밀어 붙여보자.”
나의 글을 이해해주고 함께 걸어줄 귀인 같은 출판사를 만나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묵묵히 한 문장, 한 장면을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