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
저녁이 되었습니다.
아니, 밤이라고 해야 하나요?
어쩌면 사람보다 불빛이 더 많은 지금입니다.
아마도 불빛이 비치지 않는 어떤 곳에서는
가까운 곳에 있는 것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지금 내가 있는 주변이 많이 어두우냐고요?
아닙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는 충분히 밝은 곳에 앉아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실내에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가져다 두고는
글을 쓴답시고 한참 전부터 이러고 있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지만,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못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요.
거기에 내가 하나 더 보태려 합니다.
밤은 그리움을 몰고 온다고 말입니다.
으레 사람이라면 밤에 더 감수성에 젖기 쉽고
충분히 감성적으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내가 어쩌면
지금처럼 이렇게 감상에 빠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밤만 되면
난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오늘 하루를 당신이 어떻게 보냈는지,
힘든 일 때문에 고생하지나 않았는지,
누군가가 당신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염려됩니다.
가져선 안 되는 욕심이란 건 알지만,
이럴 때에는 당신이 보이는 곳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싶을 뿐입니다.
힘든 하루를 보낸 당신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고,
당신에게 잘했다는 말도 건네고 싶으니까요.
밤은 그리움을 몰고 옵니다.
당신이 그리워지는 밤마다
난 또 한 번 당신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