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Feb 16. 2024

저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009.

"저는 2년째 거리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습니다."
시를 낭송할 때보다 시를 낭송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긴장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보다 많은 이들 앞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때가 더 떨리듯 말이다. ☞ 본 책, 33쪽


시를 낭송할 때보다 시를 낭송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긴장되더라는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왜 그런 경험 한 번씩 있지 않습니까? 어딘가에 가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당당하게 다음과 같이 내뱉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글을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타인에게 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든 숨기든 명백한 사실은,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란 것입니다. 책 속의 주인공처럼 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 앞에 나서서 저를 소개할 때마다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하나, 아니면 숨겨야 하나, 하고 말입니다. 숨긴다면 즉 굳이 말하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은 맞닥뜨리지 않을 것이니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저는 글을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 작가시군요. 그러면 혹시 출간한 책의 이름은 어떻게 되나요?"
"아직 작가는 아니고, 작가지망생입니다. 그저 매일 열심히 글을 쓰고 있을 뿐입니다."
"아, 작가지망생. 대단하시네요. 글을 그렇게 매일 쓰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말이에요."


매일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며 추켜올리는 상대방의 말이 진심이건 아니건 간에 어찌 생각해 보면 사실 이것만큼 김 빠지는 일도 없습니다. 출간한 책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 모양새 좋게 대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이 어쩐지 위축이 되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심지어 상대방이 '뭐예요? 출간한 책도 없다면 작가도 아닌데, 무슨 글을 쓴다는 말을 하고 그러세요?'라는 말을 한 것도 아닌데도, 혼자 주눅이 들고 만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한 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다음에 다른 자리에 가면 어지간해서는 '글을 쓰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


과연 책을 출간해야만 자신 있게 '나는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많은 생각이 들게 한 대목이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트북(휴대폰)을 펼치면 글을 써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