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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n 20. 2024

모든 건 마음에 달려 있는 것

026.

어느 날, 하도 마음이 답답하고 회사생활에 힘이 부쩍 들어 찾아갔는데 "당신 성격이 그래. 모든 게 맘에 안 들어. 그러니 회사도 힘들고, 사람도 힘들고 그럴 때마다 마음 心자를 써서 붙여놓고 딱 세 번만 속으로 마음 心, 마음 心, 마음 心 그렇게 외쳐." ☞ 본 책, 119쪽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던 원효는 깊은 밤 목이 말라 눈을 떠 근처에 있던 물을 마셨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물을 먹게 되다니, 하고 말입니다. 다시 잠들었다가 아침에 깬 원효는, 자기가 마신 물이 어떤 물인지 알고 나서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지난밤 그렇게도 꿀맛 같았던 그 물이 다른 곳도 아닌 해골바가지에 담겨 있는 썩은 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이한 경험을 통해 원효는 유학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불법을 설파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건 마음에 달렸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즉 굳이 유학을 가야 할 이유가 사라졌으니까요. 이때 원효가 깨달은 게 바로 일체유심조입니다.


일체유심조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입니다. 좋은 일이든 싫은 일이든 또는 운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그 일을 하기에 앞서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그 양상을 달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금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의미겠습니다.


본 책의 저자는 점집에 찾아가서 어떤 처방을 듣게 됩니다. 뭘 하든 마음 心를 써서 붙여놓고, 언제든 어디에서든 외치라고 합니다. 결국은 인용한 이 부분도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걸, 사람과의 관계도 좋아진다는 걸, 하는 일에도 마음을 쏟을 수 있다는 걸 나타내는 셈입니다.


이 대목을 읽고 생각해 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마음을 잘 먹을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세 가지 단계로 나눠 봤습니다.


1. 初心
2. 治心
3. 平靜心


먼저 초심입니다. 무엇을 하든 우리에겐 그 일을 처음 시작하려 했던 당시에 먹은 마음, 즉 초심이 있을 겁니다. 초심은 우리가 일을 끝까지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혹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방향키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어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힘겨울 때에는 그때의 첫 마음을 늘 떠올려야 합니다.


다음은 치심입니다. 사실 이 말은 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에서 조합해 본 말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살면서 충분히 경험해 본 것처럼, 하나의 일을 도모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는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다부진 결의로 시작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마음이 시들해지기 쉽습니다. 또 어떤 상황에서든 그 일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도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이럴 때에는 지치지 않고 끝까지 달려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힘을 키우려면 자신의 마음을 늘 적절하게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은 평정심입니다.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이 말은 일전에 상영된 애니메이션인 '쿵푸 팬더'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칠 때마다 강조해서 더 유명해진 말이기도 합니다. 평정심은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고, 감정의 기복  없이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말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자신의 목표를 세웠다면 주변의 어떤 시선이나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목표만 보고 달려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항상 마음이 평안하고 고요해야 하므로 그만큼 평정심이 중요한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변덕이 죽 끓듯 한다면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그걸 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初心, 治心, 그리고 平靜心. 이 세 단어를 인쇄해서 교실의 제 책상 유리 깔개 밑에 끼워 놓았습니다. 늘 되새기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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