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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n 21. 2024

진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속으로 잘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의 자기 모습만으로도 괜찮은데, 더 잘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데다, 그 생각에 미처 못 따라주니까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영상을 보다가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 자체가 어려운 말도 아닌 데다 그 어느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을 만한 말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면서 저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제 자신을 낮추는 일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건 뭐 일부러 타인 앞에서 저를 낮춤으로써 제가 보기보다 겸손한 사람이라거나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이 아닙니다. 실제로 저는 다른 사람보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제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남자들의 중요한 조건인 키나 외모만 따져도 저는 그 어디에도 내세울 수 없을 정도로 볼품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에서든 전 제 자신을 낮춥니다. 거의 일상이 되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고는 편하게 생각합니다. 낮추려고 낮추는 게 아니라, 낮으니까 낮추는 게 당연하다고 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선 전 하등의 불만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영상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에 빠져 들게 된 것입니다. 제가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실제 부족하냐 그렇지 않으냐에 관계없이, 어쩌면 제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잘나고 싶은 생각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굳이 그것을 정량화할 수는 없겠으나, 가령 전혀 부족하지 않은 상태를 100점이라고 봤을 때, 제가 60점쯤 된다고 가정하고 남은 40점을 획득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란 뜻입니다. 과연 그렇게 해서 모자란 그 40점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건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사람의 일이란 게 마음먹었다고 해서 어찌 그대로 이루어지겠습니까? 당연히 제 나름대로 부족한 제 모습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유의미한 변화나 발전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란 말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만큼 사람이 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겠습니다. 변화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면 발전한다는 것도 이에 못지않은 어려움을 지니게 마련입니다.


결국 생각의 끝에서 제가 만난 건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제 속에 잘나고 싶은 욕심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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