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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n 24. 2024

누가 올까요?

#5.

잠들어야 할 시간에 아파트 뜰에 내려섰습니다.

와야 할 가족도 다 왔고,

이미 문단속까지 마친 상태인데,

무슨 마음에서인지 내려오고야 말았습니다.


순간 알았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이 시간에

그것도 도대체 누가

내가 선 이곳으로 올 수 있을까요?


저 어두움의 끝에

실루엣 하나가 아른거립니다.

설마 하며 목을 길게 늘여 빼봅니다.

무뚝뚝하게 생긴 모르는 남자가 지나갑니다.

괜스레 눈이 마주칠까 싶어 일단 몸을 움츠립니다.


남자가 지나간 뒤 이내

또 다른 한 사람이 다가옵니다.

어두워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영락없이 여자의 형상이었습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당신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얼굴이 보이는 그 순간까지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그 후로도 꽤 많은 사람이 나를 스치고 갑니다.

그때마다 난

그들이 당신이 아님을 확인합니다.


기분 탓일까요?

점점 밝아지는 조명 아래에서

어두운 얼굴을 한 내가

천천히 발길을 돌립니다.

혹시라도 당신이

저 모퉁이를 돌아 나타나지나 않을까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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