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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n 25. 2024

가끔은 하늘을 보세요.

#6.

퇴근길이었습니다. 어서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많이 피곤해서 그랬던 건 아닙니다. 그냥 글을 쓸 만한 소재를 궁리하던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뭐, 그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는 어떤 생각을 하다가 문득 길에서 멈추면 다음 날 아침까지 그러고 있다고 말입니다. 명색이 소크라테스는 못 되어도 천천히 걸음으로써 그만한 사색의 자유는 저에게 줘도 되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내일은 이런저런 소재로 글을 쓰면 되겠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어쩌면 일상적으로 볼 법한 장면이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제 입에선 저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왔습니다.

"와, 하늘이 어쩌면 저렇게 예쁠 수가 있지?"

만약 누군가가 제 옆에 있었다면 그 사람을 붙들고 얼른 하늘부터 보라는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단순한 노을을 본 것뿐입니다. 또 어찌 보면 사람에 따라 그리 예뻐 보이지는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쨌건 간에 그 하늘을 보고 있는 제 눈에는 그리도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노을이라는 것이 오늘 하루 동안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도 아닙니다. 단지 노을을 못 본 어제나 그저께는 노을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늘을 쳐다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득 어떤 원리도 노을이 생기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태양이 지평선 부근에 있을 때 햇빛이 대기권을 통과하는 경로가 길기 때문에 산란이 잘 되는 푸른색의 빛은 없어지고 붉은색의 빛만 남은 것이 노을이라고 하더군요. 또 대기 중에 미세한 먼지나 연기 입자가 많이 포함된 날일수록 이들 입자로 인한 빛의 산란이 많이 이루어지므로 노을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침노을은 비를 예보하고 저녁노을은 맑게 갠 날씨를 의미한다는 말도 있는 모양입니다.


내일은 맑을 것 같다고 하니 우선 마음은 놓였습니다. 비는 딱 질색이거든요. 어쨌건 간에 그것과는 관계없이 하늘 그 자체로 눈에 담아도 아프지 않을 만큼 보기가 좋았습니다. 넋 놓고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진다고나 할까요, 저 나름 쌓였던 오늘 하루의 독소가 산산이 흩어지는 기분입니다. 저런 장관을 볼 수만 있다면 글 한 편 덜 써도 그 값어치는 충분할 것 같더군요.


오늘 하루 그리 열심히 산 것도 아닌데,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어서 너무도 멋진 저녁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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