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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n 26. 2024

나는 착한 사람이라는 착각

029.

거의 모든 사람이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화를 낸다거나 미워한다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나쁜 것은 모두 저쪽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피해자라고 믿습니다.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나는 착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지켜보기입니다. 화가 날 때 마음의 움직임을 잘 지켜보는 겁니다. 정말 나는 피해자이기남 한 것인지 잘 관찰해 봐야 합니다. 화가 나 있을 때 우리는 화와 하나가 돼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순간에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기가 좀처럼 잘 안 됩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화가 가라앉은 뒤에 돌아보며 생각해 보는 정도로도 좋습니다. 그런 실천 속에서 '화'란, 곧 나의 반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저쪽의 말이나 행동이 다가 아닙니다. 그것이 화가 일어나는 계기를 제공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반응하는 그 무엇이 내게 없다면 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중략)……
아무리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꽃이라는 '인'이 없으면 꽃은 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말에 화가 날 때는 화의 '인'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 안의 인이 누군가의 말이라는 '연'에 따라 마치 꽃이 피듯이 현실화하는 겁니다. 만약 내 안에 '인'이 조금도 없다면 같은 말을 들어도 화가 일어날 리 없습니다. ☞ 본 책, 128~130쪽

살다 보면 우리는 화가 나는 일에 자주 노출이 됩니다. 어떤 이들은 가볍게 넘기는가 하면, 또 다른 어떤 이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더러는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분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위에서 인용했듯 이런 경우엔 대체로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저 인간이 나를 건드려서 화가 났다.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의 속성을 들여다본다면 그건 분명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관심이 전혀 없는 일에는 털끝만큼의 눈길이 가지 않는 것처럼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굳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어쩌면, '아,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스타일이구나.' 하며 넘기면 그뿐인지도 모릅니다. 마치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런 상황들이 곧잘 발생하곤 합니다. (적어도 우리의 생각으로는)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드려 화를 나게 만들어 놓고는 정작 상대방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는 경우가 말입니다. 그 말은 곧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언행에 촉발되는 우리 속의 어떤 씨앗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종 불같이 화를 낸 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때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을까 하며 의아해하는 일이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그건 결국 그다지 분노할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필 누군가가 우리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그때 내 속의 그 씨앗이 그의 언행과 만나 폭발 작용을 일으킨 것입니다.


'참을 인'이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닙니다. 이건 어떤 일에서든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화를 낼 만한 일인지 아닌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행자의 입장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살아가면서 화를 낼 만한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 책의 저자도 우리에도 '지켜보기', 즉 '가만히 지켜보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방금 누군가가 저를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불같이 화를 냅니다. 그런데 정작 상대방은 태연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뭘 그렇게까지 화를 내냐고 되려 반문하는 듯한 그런 눈빛을 대할 때 우린 얼마나 기가 차고 황당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내 속에 화가 있다는 것을, 언제든 외부의 어떤 자극을 만나면 연쇄적인 폭발 작용을 촉매 할 수 있는 다스려지지 않은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나'의 진정한 마음 알아보기, 이 순간에 일어나는 '내' 마음 지켜보기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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