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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04. 2024

오늘 하루는 어떻게

10분 뒤면 학교로 가는 마을버스가 들어옵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사실 편한 걸로 치면 택시를 타면 됩니다. 다만 그건 정말 특별한 날만 이용하는 게 제 철칙입니다. 무엇보다도 한 번 탈 때의 요금인 14,000원도 몇 번이 반복되면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니까요.


기차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에 오면 25분이 남습니다. 몇 개의 벤치가 있다고 해도 연세 드신 분들이 많아 어지간하면 선 채로 기다려야 합니다. 아침이라 피곤하기도 하고 지금처럼 여름이면 땀을 뻘뻘 흘리며 기다립니다. 그다지 큰 불만은 없습니다.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것이 순리니까요.


이 시간에 저는 주로 글을 쓰며 기다립니다. 간혹 읽던 책에 몰입한 상태이면 책을 읽기도 하고요. 아무튼 25분이라는 시간은 오롯이 저만의 시간이 됩니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그 어느 누구도 제 독서나 글쓰기를 방해하진 않습니다. 이 축복받은 시간이 얼마나 좋았으면 이렇게 몇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하며 나름의 작은 계획도 세워 봅니다. 오늘의 할 일을 떠올려 봅니다. 여러 가지의 일이 널려 있을 때는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도 될 일을 구분합니다.


오늘은 3~4교시에 미디어비평 동아리 활동이 있습니다. 말이 너무 거창해서 가끔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합니다. 열 살짜리 아이들을 데리고 무슨 비평이냐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냥 쉽게 말하자면 어린이용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며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영상을 재생하던 중에 지도가 필요한 시점이 되면 키보드의 스페이스바를 눌러 잠시 멈춥니다. 한창 몰입해서 보고 있던 아이들에게 질문합니다. 등장인물들이 왜 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이때의 인물들의 심리는 어떻겠느냐고 묻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만약 여러분이 감독이나 원작자였다면 이 장면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은지 등에 대해 물어봅니다.


감상하는 중간에 이렇게 묻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이런 간단한 질문과 대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힘, 즉 비평 능력을 길렀으면 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오늘은 해리포터의 마지막 이야기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보는 날입니다. 물론 아이들의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말이 조금도 틀림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는 대상자가 열 살짜리 어린아이들이니까요.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잘 보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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