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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04. 2024

정조준합시다!

#10.

저녁을 먹으러 학교 근처 식당에 왔습니다. 먼저 손부터 씻어야 해서 화장실에 들렀습니다. 작은 볼일을 보고 나서 손을 씻는 게 좋겠다 싶어 한쪽 벽면에 붙은 변기에 가 섰습니다. 별생각 없이 볼일을 보다 문득 뭔가가 들어왔습니다.

당연히 뭘 정조준하라는 뜻인지 모를 리 없습니다. 식당 주인의 센스가 돋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냥 글로 '밖으로 소변이 튀지 않도록 해주세요'라고 남겨 놓았다면 괜한 명령조로 들릴 만한 상황을, 이런 재치 있는 그림으로 대신하니 보는 이에 대한 배려의 마음까지 돋보였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듯, 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글로 표현하느냐 혹은 그림을 곁들이느냐에 따라 이렇게도 보는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 그림을 본 모두가 그랬을 테지만, 전 웃으면서 한걸음 더 앞으로 더 다가섰습니다. 저런 어조나 표정으로 하는 잔소리를 듣지 않을 재간이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애교 있게 부탁하는데도 듣지 않는다면 그건 제 심성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과연 정조준해야 하는  소변기뿐일까, 하고 말입니다. 정조준이란 말은, 탄알이나 폭탄 따위가 목표물에 정확하게 맞도록 똑바로 겨누는 것을 뜻한다며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그 말은 곧 제 인생에 있어, 어떤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그것 하나만을 위해 달려가야 한다는 걸 뜻합니다.


정조준한다는 행위 자체가 그럴 것입니다. 이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우리가 똑바로 겨누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빈틈없이 노리고 그곳에만 집중해야 할 확실한 과녁 혹은 목표점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정조준하는 인생의 첫 번째 관문은 조준이 아닌 목표 설정에 있는 것입니다.


저의 목표는 단행본 출간이 아닙니다. 또 정식으로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책을 발간하고, 등단하거나 작가로 인정받는 길이 열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저의 목표는 글을 못 쓰게 되는 순간까지 지금처럼 글을 쓰는 것입니다. 냉정하게 되돌아보니 저는 비교적 제 삶에 정조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도 어쩌면 제법 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 정조준의 자세를 흩뜨리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제대로 겨눴다면 큰마음먹고 제대로 발사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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