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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11. 2024

언 발에 오줌 누기

#11.

겨울에 발이 꽁꽁 얼어 터질 것 같을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불을 쬘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입니다. 다소 시간은 걸리더라도 언 발을 녹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말에 '안 발에 오줌 누기'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실 현실적으론 실행에 옮길 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극단적인 경우라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잠시 동안은 얼어 버린 발을 녹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 번도 해보진 않았으나 그 상황을 머릿속에 한 번 그려보겠습니다. 일단 오줌은 상온에 노출되었을 때 따스한 온기가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이처럼 황당한 일을 한다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은 발등이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효과를 따질 만큼 눈에 띄는 변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맙니다. 쉽게 말해서 이건 임시 처방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어제 아침 출근길에 한 도로변을 지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거의 자동차 바퀴 높이의 절반 정도에 육박할 만큼 비가 내렸습니다. 저를 태우고 학교까지 같이 출근하셨던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원래 저 길로 출근하면 50분만 걸리는 거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자그마치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저 물웅덩이 때문에 두 개의 차선 중 하나를 1.5km 정도를 봉쇄해 버린 것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동안의 비로 전국에서 몇 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듣기로는 3명 사망, 1명 실종이라고 합니다만, 사실상 실종으로 파악된 분도 사망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렇게 해마다 이 악순환은 좀처럼 끊이질 않을까요? 물론 맞습니다. 한낱 나약한 인간에 지나지 않은 우리가 대자연의 조화 아래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이 얼마만큼의 비를 뿌리겠다고 작정했다면 그 어느 누구도 이를 막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그 비로 인해 사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 역시 우리의 영향력을 벗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반드시 돌이켜 봐야 할 점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마다 물난리를 겪은 곳은 어김없이 다음 해에 그와 유사한 피해를 보기 마련입니다. 당장 수해를 입으면 어떤 식으로든 복구는 합니다만, 완벽한 복구가 이루어지려면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일단 비가 물러가기 전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일시적인 복구는 하지만, 완벽히 비가 그치면 하던 임시 복구는 하고는 손을 놔 버립니다. 그나마 그때까지는 대략적인 복구 사업의 예산상의 규모부터 파악한 뒤에 제대로 복구를 하겠다는 생각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얼마 있지 않아 그곳은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여력이 없습니다. 일단 어떻게든 땜질을 해놨으니 당분간은 끄떡없을 거라고 믿고는 그냥 방치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다 1년 후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겁니다.


전형적인 '언 발에 오줌 누기'입니다. 우리는 과연 언제쯤이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요?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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