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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18. 2024

비도 오고 덥기도 덥고

2024년 7월 18일 목요일 흐림


잠깐 비가 오긴 했다. 2교시 수업을 하던 때였을 것이다. 강풍이 불고 있었던 것인지 사선으로 비가 내렸다. 짧은 시간 동안 적지 않은 비가 왔다. 그러고는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돌아갈 시간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그 고사리 같은 아이들이 무거운 우산을 들고 가지 않은 것만 해도 더없는 행운이었다.


비가 그치자마자 곧장 날이 갠 건 아니었다. 금세라도 한 바가지의 비를 토해낼 듯 무거워진 구름에 내내 머리 위를 맴돌았다. 그럴 때는 비가 오는 게 나았던 것일까? 대지의 열기가 식는 듯하더니 급격한 속도로 데워지고 있었다. 교실 안은 동글 같았고, 문을 열고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서면 이내 거대한 찜질방으로 변했다.


움직일 때마다 체온이 달아올랐다 식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니 몸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 비에도, 또 이 더위에도 좀처럼 뛰어놀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땀을 흘리던 상태로 교실에 들어오니 춥다며 에어컨을 꺼 달라고 한다. 반면에 행동반경이 작은 여자 아이들은 덥다고 난리다. 어쩌면 천만다행이었다. 덥다는 아이들도 상당수 있으니 에어컨의 설정 온도를 올리는 것으로 잠정적인 합의를 마친다.


대개 그렇다. 날이라도 괜찮으면 나가서 놀면 되지만, 오늘처럼 비가 오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실내를 놀이터로 만들어 버린다. 그 좁은 교실에서 그 많은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아니 날아다닌다. 실내에 잔뜩 밴 땀 냄새에 문을 활짝 열어놓아 복도에서 밀려 들어오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게다가 10초도 안 되어 온갖 고자질로 바쁜 아이들이 다가올 때마다 형형색색의 냄새를 풍기고 간다.


정말이지 이런 날은 최악이다. 온몸을 땀으로 두세 번은 샤워한 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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