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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19. 2024

사람의 생과 사

2024년 7월 19일 금요일, 흐림


사람의 삶과 죽음이 꽤 덧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게다가 그 정도로 보자면 그런 생각은 거의 극에 달한다. 왜냐하면 내일이 내게는 의미 있는 날 중의 하루이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로 돌아오는 아버지 기일이다.


아버지는 정확히 6년 전 이맘때 돌아가셨다. 말기 위암을 진단을 받자마자 바로 그 다음날 눈을 감으셨다. 암으로 떠나는 사람을 적지 않게 봐왔지만, 아버지처럼 사망 전날 진단을 받은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의사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항암치료는 말할 것도 없고 수술도 필요 없다고 했다. 길면 1달 반이라고 했다. 말로만 듣던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 남은 시간이 도대체 무슨 기준인지 알 수 없었다. 1달 반은 고사하고 단 한 주도 버티시지 못했다. 마치 거짓말처럼 바로 그 다음날 돌아가셨으니까 말이다.


슬픔의 깊이를 논하기 전에 죽은 자는 그의 길이 있고, 산 자는 또 그 나름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큰 모순처럼 생각됐었다. 그나마 빨리 추스를 순 있었던 건 아버지보다 4년 먼저 어머님을 보내드렸기 때문이겠다. 물론 슬픔의 정도나 상실감은 아무래도 아버지보다는 어머니 때가 더 컸다. 그건 아마 나나 집사람이 나중에 죽고 난 뒤에 우리 아이들이 받아들이게 될 감정의 크기와 같지 않을까?


모든 건 한순간이다. 지지고 볶고, 때로는 호통을 치거나 감정적으로 대립하기도 했던 아버지가 한 줌의 재로 변하는 데에 고작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늘 실체로 대하며 살아왔던 한 인간의 '생과 사'라는 것이 마냥 덧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오늘은 차분하게 저녁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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