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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23. 2024

정신 사나운 하루

2024년 7월 23일 화요일, 맑음


날씨도 썩 마음에 들지 않고, 아침부터 가라앉았던 마음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6개월 간 이래저래 몰아친 끝에 드디어 내일 방학식에 돌입하지만, 뭔가가 내내 귓가에서 종알종알 거리는 듯 정신이 사납다. 믿었던 것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다.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관리자는 관리자라고 하더니 역시 그 태생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오며 가며 마주쳤는데, 꼴도 보기 싫다. 최소한 내게는 직장의 상사인데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 양반이 언제, 어느 때든 내 등에 비수를 들이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니 사람이 다르게 보인다. 내 말이 먹히든 먹히지 않든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앞으로 각별히 조심하자고 했다. 나도 나름대로 앞으로의 대비책을 강구해 놓아야 할 것 같다.


몇몇 선생님들이 그런 말을 했다. 이 꼴 저 꼴 안 보려면 얼른 방학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어디까지나 현실 도피란 걸 모를 리 없으나 지금은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대신 그러는 사이에 누군가는 죽어 나가기 마련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말하자면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는 뜻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관리자 좋다고 소문이 난 학교였다. 물론 오래 학교에서 근무한 탓에 지금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닐 거라는 의심 아닌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역시 관리자는 관리자였다.


녹조근정훈장이었던가? 과연 그것 때문이었을까? 보다 더 합리적이고 원만한 해결책은 없었을까? 누구 말처럼 내가 관리자가 되어 보지 않았으니 이딴 소리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교직 생활 25년 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교직에 회의감이 든다. 이런 곳에서 누굴 믿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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