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4일 수요일, 맑음
안녕히 계세요,라는 인사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아이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바닷물이 쓸려 나가듯 모든 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방학 잘 보내라는 말도 채 못 한 상태였다. 내게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주변에 있던 몇몇 남학생들을 안아줬다. 그새 그게 소문이 났는지 방금 전까지 사라지고 없었던 남자아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대략 열세 명의 남학생들을 거의 다 안았다고 생각하며 돌아서다 문득 내 눈 앞에 와 우뚝 서 있던 여학생을 발견했다.
"왜, 안아 달라고?"
아이가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건 간에 담임선생님과 헤어지는 게 아쉬웠나 보다라고 내딴에야 생각했다.
사실 마음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아니 그래선 안 되는 것이다. 아무리 열 살 짜리라고 해도 상대는 엄연히 여자아이였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으니까.
"미안해. 널 안아주고 싶지만 우린 그러면 안 돼."
"피."
꼭, 그거 하나 못해 주냐고 말하려는 듯 얼굴에 한가득 서운한 감정을 담은 여자아이가 돌아서서 제 갈 길을 갔다. 그 표정이 눈에 치이고 마음이 쓰였지만, 서운함을 느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방학을 맞이한 우리 아이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잃어버린 나라를 찾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저렇게도 기뻐하고 행복해 했던 적이 과연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아이들은 아직 그걸 모른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어느새 개학을 하루 앞둔 전 날 저녁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마냥 행복에 겨운 저 표정이 나는 좋다. 아마도 이 맛에 선생 노릇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