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6일 금요일, 낮 최고기온 34도, 폭염 경보 발령
지금쯤 우리 반 아이들은 아마도 집에서 엄청 짜증을 내고 있을 테다. 한결같이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방학이 왜 이렇게 짧으냐고,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벌써 끝나고 마는 거냐고 말이다. 왜 안 그러겠는가? 하다 못해 담임교사인 나조차도 그리 생각하고 있으니, 아이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애들은 아마도 지금쯤이면 방학을 앞두고 내가 왜 그렇게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는지 조금은 이해하지 않겠나 싶다.
한 것 없이 후딱 지나가는 것이 방학이다. 늘 그랬다. 24년 동안 그랬고, 이번 방학 역시 그러했다. 총 49번의 방학을 맞이하고 보내는 그 느낌은 늘 똑같았다. 아쉽다. 너무 짧다. 1주일만이라도 더 방학이었으면 좋겠다 등등. 무엇이든 인생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 없다.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게 인생이라면 그러한 인생 또한 재미없으리라.
일 수로는 나흘만 지나면 학교에 가야 한다. 즉 개학식이 있는 날이다. 그래서 2학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남은 넉 달 정도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2학기에 예정되어 있는 다양한 행사들은 또 어떻게 치러내야 하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첩첩산중이다. 한꺼번에 많은 생각을 한다고 모든 걸 생각한 대로 처리할 수는 없다. 이럴 때에는 가장 시급한 것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개학하면 당장 대략 3주 안에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다. 물론 그 주간에는 학부모와 대면 및 비대면 상담도 이루어진다. 시간은 더 걸리고 내 입장에선 번거롭기 짝이 없어도 난 개인적으로 대면 상담을 선호한다. 전화로 상담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일 테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학부모 상담 주간 중 정확히 중간에 있는 학부모 공개수업이겠다. 그냥 편하게 하면 되는 게 수업이라고 하지만, 이때는 아무래도 일종의 퍼포먼스가 필요한 법이다.
나흘밖에 남지 않아서일까? 이제야 비로소 개학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실감이 들었다. 2학기에도 1학기 때처럼 무탈하게 즐거운 나날만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