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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18. 2024

일기라는 것

2024년 8월 18일 일요일, 낮 최고기온 34도, 폭염 경보 발령


일기라는 것은 日記, 즉 매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가끔씩 일기랍시고 글을 쓸 때마다 당혹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도무지 오늘은 쓸 게 없는데 싶어서 말이다. 그럴 때는 우리 반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너희들, 요즘은 왜 일기 안 써?"

"쓸 게 없어요."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라고 하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이 바로 이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결국 명색이 담임선생님이라는 나나 아이들이나 똑같다는 얘기가 된다.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쓸 게 도무지 없는 날도 일기를 써야 하냐고 말이다. 길게 또 오래 생각할 것도 없었다. 당연히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쓸 게 없는 날도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이 일기라면 굳이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가장 먼저 만만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일기는 내 삶의 기록이라는 뻔한 구실이다. 나중에 언젠가 시간이 지나 읽게 된다면 그 당시에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일을 했는지 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의 생각으로선 그때 가서 읽어도 별 것은 없지 싶은데 말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라면 일기를 쓰면 글쓰기 연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글쓰기를 연습하기 위해서 일기를 쓴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글은 어쩔 수 없이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것일 테지만, 일기는 오직 나만을 위한 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꽤 오래전에 누군가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이런 곳에 이렇게 쓰는 것이 어떻게 일기가 될 수 있느냐고 말이다. 사실은 그 사람의 지적이 맞다. 일기는 공책 같은 곳에 손으로 쓰는 게 말이다. 일기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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