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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19. 2024

계산 착오

2024년 8월 19일 월요일, 낮 최고기온 34도, 폭염 경보 발령


내 생각이 틀리고 말았다. 모레면 개학이라 학교에 적지 않은 선생님들이 출근할 걸로 알았다. 그런데 그 큰 건물에 나 혼자였다. 물론 행정실 직원들은 출근했고, 교무실에도 교무행정사가 와 있었지만, 교실에 있는 이는 나뿐이었다. 이번에도 뭔가를 하나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의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말이다.


오래전에 발령받아 이미 퇴물이 되어 버린 나 같은 사람이야 개학을 앞두고 이런저런 준비를 한다며 출근을 해도, 확실히 MZ세대 선생님들은 생각이 달랐다. 이틀 남았으니 그동안 신학기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그 이틀을 오롯이 쉬어 마저 충전하고 오겠다는 것이다.


나를 제외한 동학년 선생님 일곱 분 중에서 최소한 한두 사람은 올 거라 믿었다. 오면 같이 교과서 정리를 할까 했다. 개학날 아이들을 이끌고 그 더운 복도에 나오는 게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이 다 깨져 버렸다.


누가 같이 하면 몰라도 혼자 하려니 내키지 않는다. 힘들어서가 아니다. 시키지도 않는 일을 해놓으면 고마워하기보다는 뒤에서 딴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이다. 미리 교과서를 나눠 놓으면 좋지 않느냐는 건 내 생각일 뿐이다. 오히려 그들은 개학날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바로 수령해 가는 게 더 낫다는 입장이다. 뭐 하러 사서 고생하느냐는 것이다.


어떻게든 쓸데없이 일을 만들지 않으려 애를 쓰게 된다. 그게 아니라도 할 일이 천지다. 과연 내일은 누군가가 올까 싶지만, 어쨌건 간에 오늘은 우리 반 일만 하고 가야 할 것 같다.


늘 학교 현장에서 세대 차이를 실감하며 살아간다. 친구들은 그런 내게 어떤 기대를 갖지 말라 한다. 학년부장이라고 해도 포기할 건 포기하라고 한다. 참 쉬운 것 하나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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