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쪽으로 물러나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고 있습니다. 곧 들어오는 왜관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열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언제쯤 들어오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몇몇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열차가 늦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어지간해선 자로 잰 듯 정확한 대한민국에서 기차 시간만큼 잘 지켜지는 것이 또 있겠나 싶을 정도입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7시 14분에 대구역에서 출발한다고 하면 2분 전에 열차가 들어와 있다가 딱 그 시간에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거든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정말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두세 시간 늦는 건 보통이고 심지어 다음 날에 기차가 오기도 한다는 인도의 경우와 비교해 봐도 그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지금 제 눈에 보이는 사오십 명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마음을 먹고 있을까요? 누군가에게선 어제 미처 털어내지 못한 피로가 남아 있는 듯 보이고, 또 다른 이에게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넘치는 힘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람도 모두 다르고 각자가 열차를 타고 향하는 곳도 다를 테지만, 이 열차에 오르는 순간 본격적으로 하루가 시작된다는 건 똑같을 것입니다.
오늘은 제 앞에 어떤 하루가 펼쳐지게 될까요? 딸아이 등교를 앞두고 도시락 준비에 여념이 없는 제 아내는, 또 수능이 딱 1주일 남은 딸은 어떤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맞이했을까요? 그리고 부대에서 아침을 맞이한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일어났을까요?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오늘 하루도 잘 보내야겠다는 마음은 모두가 매한 가지일 겁니다.
어쩌면 이 시간이 제게는 가장 의미 있고 설레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드디어 열차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속도를 줄여 승강장으로 열차가 미끄러져 들어오는 동안 이미 사람들은 출입문이 열리는 지점 앞에 가서 서 있습니다. 차창으로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합니다.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만큼 넓고 편하게 갈 수 있다는 뜻이니 저로선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맨 마지막에 탔는데도 열차 안에 빈자리가 많이 보입니다. 아무도 없는 잔여 좌석에 편히 자리를 잡은 저는 글을 쓰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만 지나면 또 한 번의 주말을 맞이하게 되네요. 이젠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도 무색할 정도입니다. 마치 어제 월요일이 어쩌고 저쩌고 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막 학교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넉넉잡아서 20분만 지나면 저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우당탕탕 교실 생존기가 이어질 것입니다. 무탈한 하루를 보냈으면 합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