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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08. 2024

1주일을 보낸 자의 여유

287일 차.

1주일을 잘 보냈습니다. 솔직히 '잘'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지 모르겠으나, 무탈하게 반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면 분명 못 보냈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크게 다툰 아이도 없습니다. 수업 시간에 무난하게 수업을 했고,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학예회 연습도 하고 있으니까요.


항상 이렇게 1주일을 보내고 나면 진이 빠지기 마련입니다. 크게 힘든 일은 사실 없는 편입니다. 다만 사람을 상대한다는 게 힘이 들뿐입니다. 그냥 사람이 아닙니다. 미성년자, 게다가 저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은 이제 겨우 10살입니다. 우스갯소리로 한 1년을 그렇게 지내다 보면 저까지 그 나이가 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


여기에 저희 같은 직종은 아이 한 명당 두 사람씩을 상대해야 합니다. 바로 아이의 부모님들입니다. 별 문제만 없다면 웬만해선 아이의 아빠를 만날 일은 없습니다. 만약 아빠를 만나게 된다면 뭔가 일이 생겼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요즘은 엄마 못지않게 아빠들의 교육열도 높아서 종종 아빠를 보긴 합니다.


아무튼 부모를 만나게 되는 일은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그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부모들이 말하는 그것에 적지 않은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잘못 보신 것이라고, 우리 아이는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할 때의 그 당혹감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즉 평소에 부모들과 접촉이 없을 때에도 긴장감은 늘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린 봄방학 기간에 그나마 마음을 놓곤 합니다. 다가오는 신학년 반편성이 완료된 뒤에 말입니다. 그때도 담임의 효력은 유지되나, 엄연히 새 학급을 정비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함께 지냈던 아이들과는 자연스럽게 관계가 청산되는 시점입니다.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마음을 놓게 되는 것입니다.


어느 직장인들 그렇겠지만,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런 가운데 이렇게 주말을 맞이하면 잘 쉬어주는 게 좋습니다. 어떤 것이 잘 쉬는 건지는 저도 아직 잘 모릅니다. 다만 월요일에 새로운 한 주간을 시작할 때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은 밥도 밖에서 먹었고 내친김에 여유 있게 차도 한 잔 했습니다. 물론 글도 좀 썼고요. 뭐 이만하면 한 주간을 무탈하게 보낸 자가 누릴 만한 여유가 아닐까요?


이 늦은 시각에 기차를 타고 집에 가려니 약간은 서글픈 마음도 들지만, 가자마자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짓눌려 있던 어깨도 펴지는 느낌입니다. 금요일 오후가, 아니 밤이 그래서 더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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