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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11. 2024

시간

290일 차.

시간은 저와는 상관없이 늘 그렇게 흘러 왔습니다. 제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을 때든 어떤 일로 인해 헤매고 있을 때든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것이 시간의 속성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치에 안 맞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마치 생명체가 있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에 대해선 따로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벌써 반백 년을 넘게 살아 버렸고, 벌써 11월의 첫 열흘까지 지나치고 있는 중입니다. 그저 무섭다는 말 외에는 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흔히 하는 말처럼 날아가는 화살에 시간을 비유하는 것도 안 맞을 듯합니다. 최소한 총알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끔 남선생님들 몇 명이 옥상에 모여 얘기를 나눌 때가 있습니다. 그때그때 다양한 주제가 나오지만, 거의 공통적으로 내뱉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말은 꼭 빠뜨리지 않으니까요. 한창 얘기하다가 벌써 목요일이다 혹은 벌써 주말이다라는 식으로 얘기하곤 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모여 한 주간을 잘 보내자는 인사를 나눈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데 말입니다.


학교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제 다음 주에 있는 학예회만 끝나면 별다른 행사 없이 1년 농사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행사 종료 후 대략 5주만 지나면 겨울방학이 됩니다. 현실적으로는 겨울방학이 끝나도 약 열흘쯤 학교에 나오지만, 이미 그때는 신학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지라 무질서하기 짝이 없습니다. 군인으로 따지면 제대 말년 병장 같고, 수능 시험이  끝난 고3 같습니다.


사실 이때 무엇이든 바짝 하면 자신의 특기를 살릴 수도 있고, 부족한 공부를 한다면 하위권에 있는 아이들도 충분히 최상위권에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물론 지금껏 그렇게 하는 아이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하긴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요? 정작 이렇게 말하는 어른인 저조차도 그게 안 되는데, 아이들에게 그걸 바라는 건 무리인지도 모릅니다.


내친김에 오늘은 이 시기의 시간관리법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습니다. 이제 겨우 열 살짜리인 애들에게 말입니다. 대체로 아무 생각이 없지만, 그래도 그중의 누군가는 제 말을 귀담아듣는 녀석도 있습니다. 어떻게 이 시간을 보내면 앞서 갈 수 있을까 하는 말을 꺼낸다면 벌써부터 눈빛을 반짝이고 들을 아이들도 더러 있습니다. 모두가 실천하지 못한다고 해도 한두 명이라도 행동한다면 말한 보람은 있을 겁니다.


11월 11일, 오늘의 날짜를 되새겨 봅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지만, 분명 오늘 학교에 가면 빼빼로를 주고받는다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인 것입니다. 계획을 세워 시간을 관리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연마하기보다는, 어쩌면 이렇게 하는 게 보다 더 어린아이다운 건지도 모릅니다.


벌써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더 차리고 시간을 보내야 할 듯합니다. 이미 가 버리고 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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