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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15. 2023

왜 글을 쓰는가?

열세 번째 글: 물을 걸 물어봐야...

글을 쓰다 보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글을 왜 쓰느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건 주로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묻는 형태로 드러나곤 합니다.

사람들이 묻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남아돌아도 세상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또 그 가운데에도 재미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 재미도 없는 짓을 이 소중한 시간에 왜 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게 에세이든 소설이든 애써 쓴 글을 누가 읽을 거라고 그렇게 공들에 쓰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뭔가 거창하게 답변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건 고맙게도 저를 생각해서 물어 온 그 누군가를 무시해서가 아닙니다. 적어도 이 문제에서만큼 저에게 묻는 것은, 마치 사랑하는 이가 저에게 왜 자기가 좋으냐고 밑도 끝도 없이 묻는 것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혼자 미쳐서, 때로는 싱글벙글 거리며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보면, 어쩌면 상대방은 제게 글을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그런 게 있을 턱이 없지요. 그래서인지 제가 답변할 때마다 고작 이유가 그게 다냐고 되묻는 눈치입니다.


저는 글이 좋아서 씁니다. 물론 딱 까놓고 외로워서 쓰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저의 내면까지 외롭다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저에게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면 굳이 저는 글을 쓰는 일을 택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글이 아니라도 저를 표현할 다른 방법들이 많이 있을 테니까요.

아무튼 소일거리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요즘과 같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습니다. 돈이 하나도 안 드는 취미에서부터 꽤 많이 드는 것과 심지어 어떤 것들은 특별한 장소에 가야만 가능한 활동들도 있습니다. 그 수많은 취미 활동 중에서도 글쓰기는 저에게 단연 으뜸입니다. 별도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종이와 펜 혹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든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입니다. 다만 흠이 있다면 속성상 할 때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겠습니다. 글쓰기는 어쨌거나 홀로 가야 하는 외로운 길인 것은 사실입니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이 그럴 테지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그럼 넌 글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냐고,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한 발짝 물러나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긴 합니다. 사실상 모든 취미 활동은, 어느 정도 무르익어가는 취미 활동은 기본적으로 잘해야 하고 소질도 있어야 하는 맛이 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글쓰기는 이 생각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활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잘 쓰고 또 소질이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잘해야만 혹은 소질이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느 누구도 글을 쓸 수 없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쓰기는 어느 정도의 인내심만 있으면 됩니다. 글이 잘 풀리든 막히든 버티고 앉아 있으면 된다는 뜻입니다. 또, 어쩌면 생각이 단순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생각이 많으면 물론 글을 쓰는 데 있어 다양한 생각들을 반영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이 많아도 손이 직접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날 때 할 만한 것을 떠올려 보면 얼마나 많은가요? 그 많은 것 중에서 글쓰기라는 이 지난하고 더러는 고통스러운 활동을 부여잡고 전진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글쓰기를 해야 하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일 것입니다. 더 쉽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더 즐겁고 자극적인 게 즐비한 세상에서 글쓰기가 가장 낫다는 단순하면서도 맹목적인 믿음이 필요하단 뜻입니다.


그래서 전 오늘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얼마나 만족하느냐고 묻진 마시기 바랍니다. 글쓰기에 만족이란 없습니다. 설령 저의 글이 그 언젠가 책으로 나오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그 만족감을 다 채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글쓰기에 만족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만족스럽다는 것에만 치중한다면 그 어떤 글도 쓸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늘 그랬듯 닥치고 쓸 뿐입니다. 그렇게 써서 뭐 할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대답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건 어쩌면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서 뭐 할 거냐는 질문과 다를 바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매거진은 현재 저와 조셉 님 등 두 사람이 공동으로 글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매일 1편씩 글을 올리는 것 같지만, 정해진 건 아닙니다. 필 받으면 하루에 두세 편도 가능하고, 소재가 궁할 때는 며칠에 한 번씩 글을 올리는 것도 무방합니다.
이곳은 글쓰기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언제든 여러 작가님들의 고견을 들려주실 통로가 열려 있습니다. 긴 글이든 시이든,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이면 무엇이든 환영합니다.
저와 조셉 작가 님은 언제든 여러 작가님들께 한 수 배우며 이 매거진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공동집필 작가로 함께 활동하실 분이 계신다면 언제든 환영이니, 주저하시지 말고 신청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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