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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17. 2023

기본을 무시하는 글쓰기

열다섯 번째 글: 이것만은 지키는 게…….

전통적인 글쓰기는 손으로 직접 종이 위에 써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 쓰는 내용이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그 형식 안에 자신이 표현하려는 내용을 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모든 글쓰기는 이런 형태의 손으로 직접 쓴 것, 즉 육필(친필)로 쓴 것만을 진정한 글쓰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변해 버렸습니다. 쉽게 말해서 육필 원고 시대는 지났다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100%라고 해도 좋을 만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젠 육필이 아닌 각종 전자 기기를 이용해 글을 쓰곤 합니다.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기기들로 글을 쓴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된 데에 있어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언제 어디에서든 글쓰기에 관한 접근성이 좋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웬만한 공모전에서도 당당하게 워드프로세서로 작업한 원고를 요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각종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해 본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기초 설정 상태에서 A4 9~10장 정도는 단편소설, A4 25매 내외는 중편소설, 그리고 A4 120장 내외 정도이면 장편소설에 해당하는 분량의 작품이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지간히 인지도가 있는 작가가 아니라면, 육필로 쓴 원고를 들고 가봤자 퇴짜를 맞기 십상이라는 것도 압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그것을 가치라고 한다면 글쓰기에 있어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생각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글쓰기의 가치는 기본에 충실할 때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작가지망생이건, 신진 작가건, 혹은 꽤 이름 있는 작가건 간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이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흔하게 요구되는 기본이 몇 가지 있습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준수, 알맞은 문장 부호의 사용, 그리고 올바른 언어 사용 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먼저,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가장 기본적인 것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띄어쓰기를 잘못하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가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 띄어쓰기라는 것이 일반인이 하나하나 숙지하기에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글을 쓰는 사람조차도 잘못 알고 있거나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우리말의 띄어쓰기는 가히 쉽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맞춤법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입니다. 영어 단어에서 모음 하나를 바꾸면 전혀 다른 낱말이 되듯, 우리말에서도 맞춤법에 어긋나게 글을 쓰면 전혀 다른 낱말이 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이 바뀐 것을 덕 본다고 하지요. 요즘은 이 까다로운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사실상 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해결이 어느 정도는 되는 세상이 왔습니다. 이곳 다음 브런치스토리에서도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맞춤법 검사기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제대로 썼는지 아닌지를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매일 글을 1편씩 쓰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그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이 됩니다. 어차피 그 복잡하고 까다로운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원칙을 일일이 암기하고 있을 수 없을 테니, 글을 쓰는 우리는 단지 매번 글을 발행하기 전 이 프로그램만 돌려서 맞게 썼나를 확인하고 틀린 부분이 있으면 고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그 글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가치 없는 글, 즉 쓰레기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구를 구하는 슈퍼맨이 사람들에게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욕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 한 가지는 바로 바지 위에 팬티를 입는 그의 행동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본을 무시하기 때문이라는 얘기겠습니다.


두 번째로, 알맞은 문장 부호의 사용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 중에서 문장 부호의 쓰임새와 언제 그것을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인터넷에서의 글쓰기가 대세인 세상에서 이런 기본이 여지없이 파괴되는 것을 보곤 합니다.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 내용은 무조건 " " 안에 넣어야 합니다. 또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혼자 하는 말 등은 ' '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적지 않는 책에서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 상황을 쓸 때, 대화 내용을 〈 〉나【 】안에 넣은 것을 보게 됩니다. 심지어 참고문헌 등을 기재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호인 「」나『』를 사용하는 것도 본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등장인물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대화를 주고받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지 고작 이 따위 부호나 기호가 뭐가 중요하냐고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생각해 보자면, 직접 대화한 내용은 지문 속에 넣어서 처리하면 안 됩니다. 지문과 철저히 분리해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오류를 범하는 것을 보면 이런 것도 하나의 멋이 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문장 부호의 사용과 관련하여 가장 저지르기 쉬운 오류는 '……'의 사용입니다. 말줄임표의 제대로 된 표기는 '……'입니다. 이것을 마침표와 묶어 사용한다면 '…….'로 표기해야 맞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로 표기하거나 심지어 '...', '....', '.....', '......' 등으로 표기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또 물음표나 느낌표를 두 개씩 적거나 혼용해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 '!!', '?!', '!?' 등으로 표기하는 것 역시 잘못된 창작의 습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언어 사용입니다. 네. 맞습니다. 국어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낱말들, 시쳇말로 공인되지 않은 자기들만의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은 글쓰기의 원칙을 파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그전에 이미 언어 사용의 원칙을 파괴한 것이기도 합니다. 국어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낱말들을 쓸 수는 있습니다만, 이건 철저히 개별 등장인물의 말속에서만 다루어져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지문에 당당하게 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얼죽아'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다음과 같이 쓰는 것은 가능합니다.

"너, 뭐 마실래?"

"나? 나야 당연히 얼죽아지."

그러나, 다음과 같이 쓰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속 시간이 30분이나 지났는데도 철우는 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보니 다 와간다고 했다. 물어보나 마나 그는 얼죽아다. 나는 매장 점원에게 아아 한 잔을 주문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더 나아가 작가지망생은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예술을 구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창작 활동이 예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그가 하는 혹은 하려는 모든 창작 활동이 예술활동에 다름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하여 글을 써야 할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추신) 말줄임표의 사용 예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이 매거진은 현재 저와 조셉 님 등 두 사람이 공동으로 글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매일 1편씩 글을 올리는 것 같지만, 정해진 건 아닙니다. 필 받으면 하루에 두세 편도 가능하고, 소재가 궁할 때는 며칠에 한 번씩 글을 올리는 것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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