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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2. 2023

여행은 유체이탈이다.

스물한 번째 글: 또 다른 나를 만나러 가는 길

삼 대 구 년 만에 하루 여행이랍시고 고작 부산에 가면서 아침부터 너무 요란한 감이 없진 않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래도 여행은 여행입니다. 꼭 국제선에 몸을 싣고 큰 바다를 건너야, 최소한 열몇 시간 정도는 비행기를 타 쥐야 여행인 것은 아니겠습니다. 내로남불이라고 하던가요?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를 만해야 여행인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이리 나오니 기분은 상쾌합니다. 마치 차창을 뚫고 들어오기라도 할 듯 기세 좋게 내리쬐는 햇살도 일단 아직까지는 싫지 않습니다. 바인드를 올려 바깥 풍경을 보는 것도 꽤 근사하고, 정상적인 시기라면 이렇게 출근 시간에 상행선이 아닌 하행선에 몸을 싣는 것도 뭔가 일탈하는 것 같은 스릴감도 줍니다. 집에 틀어박혀 글만 쓰다 이리 나오니 눈을 만난 강아지처럼 설레발을 치게 되는군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있어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글쓰기도 또 다른 나(어쩌면 참된 나)를 만나는 과정이고, 여행 또한 길이 끝나는 어딘가쯤에서 나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좌석에 몸을 기대 글을 쓰고 있노라니 글이 비교적 술술 풀려 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겠지요. 어딜 둘러보나 늘 한결같았던 주변 풍광에 변화가 생겨 저의 뇌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어쩌면 이것이 바로 '낯설게 하기'의 효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저는 한 가지를 더 보탤까 합니다. 여행은 유체이탈과 같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가끔 등장인물이 죽었을 때 뭔가가 육체에서 빠져나와 죽은 자신을 공주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걸 유체이탈이라고 하는데, 이 유체이탈은 육체 밖의 세계를 인지하는 경험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스스로를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살아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철저한 객관화 대상으로서의 나를 비로소 보게 되는 것이지요.

왜 우리는 아니 저는, 저를 완벽한 객체로 보지 못할까요?


슬슬 기대가 됩니다. 과연 저는 오늘 또 다른 저를 만날 수 있을까요? 고작 갑갑한 건물 안에 틀어박혀 중고책이나 구경할 거면서 무슨 자아 탐색까지 운운하냐고 하겠지만, 하루 동안 새로운 곳에서 생각도 많이 하고 글도 쓰며 하루를 보내고 올 생각입니다.

글이라는 게 뭐 하루아침에 확 달라질 만큼 변화가 생길 리는 없어도 갔다 와서 단 한 줄이라도 조금은 참신한 문장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진 출처: https://pic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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